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액티브 엑스를 놓지 못하는 정책당국

이상일 기자

지난 4월 11일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시행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과 종합병원, 복지시설, 특수학교 및 장애전담 보육시설 등의 홈페이지에 대한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이 갖추어지도록 의무화됐다.


특히 공공기관 및 웹 접근성을 준수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단체, 기업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시행하고 있는 ‘웹 접근성 품질마크’ 인증을 통해 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웹 접근성 품질마크’를 획득하고자 하는 은행들은 최근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웹 접근성에 대한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금융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돼 있는 환경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웹 접근성 품질마크 평가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인증에 어려움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품질마크 인증을 위한 평가항목 중에는 ‘애플릿, 플러그인(ActiveX, 플래시) 등 부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경우,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자체적인 접근성을 준수하거나 사용자가 대체 콘텐츠를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말대로라면 자체적인 접근성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체 콘텐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액티브 엑스 방식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금융권은 인증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정작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이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웹 접근성 품질마크 사무국에 따르면 금융권의 액티브 엑스 문제는 ‘호환성’의 여부라면서 IE외에 대안이 없더라도 IE에서 웹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웹 표준을 준수하기만 하면 IE에 종속돼 다른 브라우저의 진입을 막고 있는 금융권에도 웹 접근성 인증을 내주겠다는 의미다.

금융결제원 역시 액티브엑스를 대체할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로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결제원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웹 접근성과 관련한 액티브 엑스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금융결제원은 액티브 엑스 기능이 사라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브라우저인 IE 8에 대한 접근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환경은 웹 접근성 면에서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이번 장차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웹 접근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공공기관들은 최근 사이트 개편을 통해 접근성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 등 정작 실생활에 필요한 거래를 인터넷으로 이용해야 하는 금융권에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란 요원해 보인다.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