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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의 삼성, 본질중시경영…매출 100억달러 사업 6개로 늘린다

윤상호 기자

- [창간4주년 특별기획/위기극복의 리더십‘新 CEO 列傳’]②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 조용한 리더십, 업의 본질·현장 중시 경영

삼성전자는 국내 경제를 좌우하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반도체 LCD 휴대폰 디지털TV를 큰 축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를 이끌던 베테랑들이 일선에서 후퇴했다. 삼성전자를 12년간 맡아온 이들이 한 번에 물러난 것이다. 이를 수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CEO에 선임된 이윤우 부회장<사진>의 첫 숙제였다. 더구나 이 부회장 취임 직후 몰아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삼성전자를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부쳤다.

◆IMF 이후 최대 규모 조직 쇄신 진행=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결단은 바로 ‘업의 본질’로의 회귀와 현장 중시 경영. 그 결과가 지난 1월 실시된 삼성전자 조직개편이다. 기존 총괄조직을 해산해 사업부문을 부품과 제품이라는 두 줄기로 나누고 본사 지원부서도 일선에 전진배치했다. 임원급은 젊은 피로 바꿨다.

전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를 공격적으로 정면 돌파하고, 삼성전자가 IMF 이후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나타난 지나친 내부경쟁, 인사적체, 성장동력 발굴 부진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회사의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조직개편이 이뤄지기 전 삼성전자는 9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부수는 삼성전자를 다시 흑자로 돌려놨다.

이 부회장이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던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보고 맞으면 역풍(逆風)이 되지만 뒤로 돌아서서 맞으면 순풍(順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내용대로 된 셈이다.

◆집무실, 소파 대신 회의용 탁자…일하는 분위기 만들자=이 부회장의 집무실에는 푹신한 소파 대신 10명이 앉아 회의할 수 있는 탁자가 놓여 있다.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해당 업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임원들도 회의에 참석, 실질적 성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이부회장이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결국 사업을 성공시킨 일화는 유명하다”며 “지금 이부회장 집무실의 회의 탁자는 그 때 그 심정을 떠올리는 것”일 것이라고 회고했다.

최근 들어 식사도 서초사옥 지하에 있는 사내 식당에서 격의 없이 임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출장 역시 해외보다는 수원 기흥 탕정 구미 등 지방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조직 내, 사업부문 간, 그리고 외부 협력사와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 삼성전자 직원의 근무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꾸고 탄력 근무제도 도입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신뢰하고 업무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며, 신바람 나게 일하는 세계 최고의 GWP(Great Work Place)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창조적 이이디어 창출, 실행될 수 있는 ‘조직문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제품 4년내에 20개로 확대=삼성전자는 앞으로 매출 100억달러 이상의 주력 사업을 메모리 휴대폰 LCD TV 등 4개 부문에서 프린터 시스템LSI 등을 추가해 모두 6개 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1개인 세계 1위 제품을 4년 내에 20개로 늘린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성장을 주도한 주력사업은 기술과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기존 사업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전사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여 조기에 일류화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솔루션사업, 신IT디바이스, 에너지·환경, 바이오·헬스 등에서 신수종 사업 발굴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윤우 선장의 삼성전자호가 출범한지 이제 1년이다. 지금까지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바다로 나갈 때다. 세계 경기 침체라는 태풍은 물러갈 줄 모른다. 이건희 회장 퇴임 이후 리더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늘 ‘단순한 것이 최고(Simple is the best)’라는 그의 말처럼 기본을 지킨다면 삼성전자는 분명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누구?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1946년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삼성전관으로 입사해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NEC 건설기획과, 진공관 제작과 등에서 근무하던 1975년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1976년 한국반도체로 자리를 옮기면서 반도체와의 끝없는 싸움이 본격화됐다.

1982년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사업추진팀으로 자리를 옮다. 1983년 삼성이 공식적으로 반도체 사업진입을 선언한 뒤 64KD램, 256KD램 등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일군 주역 중 하나다.

삼성반도체통신 이사와 반도체 기흥공장장을 지냈고, 1989~1991년 반도체 부문 기흥연구소 소장, 1992년 반도체 부문 부사장, 1996년 반도체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함께 성장했다.

2004년부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전세계의 연구소와 디자인센터 등을 활용, 기술준비 경영을 펼쳐 왔으며, 대외협력담당으로서 업계 최고의 경제인, 기술인들과의 교류를 확대해 오픈 R&D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5월부터 삼성전자의 수장을 맡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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