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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PC를 끌어내려던 인텔, 그들의 실패와 새로운 도전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창간기획/'주요 IT 가젯으로 돌아보는 10년'①]인텔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업계의 공룡이다. 혹자는 그들을 외계인이라고 표현키도 한다. 외계인이라 불릴 정도로 그들의 기술 수준이 진보해 있다는 뜻일 게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진보해 있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 기술의 경우 인텔은 엔비디아와 AMD에게 한참은 뒤떨어져 있다. 코드명 라라비로 불리는 차세대 그래픽 코어의 경우 지난 9월 IDF 2009에서 첫 데모 시연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x86 기반 마이크로 프로세서 업계에선 그들을 따라잡을 업체는 당분간(혹은 먼 미래까지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지금 상황에선 경쟁자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AMD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로드맵 상으로 보면 인텔은 당장 내년부터 32나노 공정의 프로세서를 선보이게 되나 AMD는 2012년에 이르러서야 32나노 공정의 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한 가지를 콕 찝어 설명해보면, 코어 i7, 코어 i5에 초저가 쿼드코어 CPU인 애슬론2 X4로 대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AMD로썬 매우 슬픈 일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규모가 작은 업체가 큰 규모의 업체를 상대로 가격을 무기로 꺼내들었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인텔도 오래 전부터 고민이 있었다. 그들의 x86 기반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PC를 벗어나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안을 낸 것이 2005년도 발표한 디지털 홈 전략 '바이브'다.


인텔은 바이브 플랫폼과 전략을 통해 PC 그 자체를 거실로 끌어내려 했다.


당시 인텔은 코어 듀오 프로세서와 955X, 945G 메인보드, 무선 네트워크 모듈, 인텔의 네트워크 설정 소프트웨어 등을 채택한 가전제품형 PC에 바이브 딱지를 달아줬다.


말하자면 이것은 하나의 인증이다. 인텔이 요구했던 사양에 만족하는 PC에는 바이브 딱지를 달아주고 "이 제품은 거실에 내놓고 쓸 수 있는 홈PC"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던져줬던 것이다.


인텔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전통적인 플랫폼 전략과 함께 PC에서 벗어나 안방가전 시장으로의 진출을 의미했다.


플랫폼 전략이란 쉽게 얘기하면 묶어팔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프로세서, 메인보드 칩, 무선 네트워크 모듈 등 갖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면 인텔은 이에 대해 인증(예를 들어 바이브가 그렇고 노트북의 센트리노가 그렇다)을 해 준다.


이 플랫폼 전략에 부합되는 제조사에게는 인텔이 마케팅 보조금(인텔 표현) 혹은 리베이트(공정위 표현)도 준다. 바이브에도 이러한 플랫폼 전략이 그대로 적용됐다.


실패, 그리고 새로운 도전


인텔의 생태계 시스템은 놀라움 그 자체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바이브 PC가 출시됐다. 연일 발표되는 신제품 소식에 소비자의 관심도 컸었던 것 같다.


그러나 PC를 거실로 끌어내고자 했던 인텔의 바이브 전략은 1~2년이 지나자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실패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PC와 TV와의 차이는 컸던 것 같다. 요즘 터치 기반 PC에 요구되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모자랐던 점이 실패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텔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PC 그 자체를 거실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x86 기반의 시스템 온 칩(SoC)를 만들어 TV에도, 휴대폰에도 자동차에도 넣겠다는 것이다.


넷북에 장착되는 아톰 프로세서, 이 아톰 프로세서의 코어가 바로 인텔 SoC의 핵심이다. 인텔은 IDF 2009에서 TV에 탑재되는 아톰 기반 SoC CE4100을 선보였다. 음성 통화 기능을 가진 MID, 무어스타운 플랫폼의 린크로프트에 대한 시연도 펼쳤다.


아톰 프로세서가 BMW와 벤츠 자동차에 적용된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PC를 거실로 끌어내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건, 기존에 나와 있던 TV에 자사 칩셋을 박건 매출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략만 달랐지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


그러나 그들이 PC를 넘어 일반 소비자 가전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ARM 기반 프로세서 제조업체와의 경쟁이 남아 있다.


ARM은 PC가 아닌 일반 소비자 가전 제품에서 80~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공룡이다. PC 업계의 공룡이 또 다른 공룡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쳐 나갈 지 주목된다.


한편, 인텔의 옛 전략과 현재 전략 중 또 다른 차이를 들어보면 기존 플랫폼 전략에서 단일 브랜드 전략으로 방향을 약간 틀었다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텔은 노트북에 대해 얘기할 땐 센트리노, 센트리노2를 항상 얘기했으나 이제는 코어 i5 등 단일 칩셋 단위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태세다.


이는 최근의 기술 발전 과정에 맥이 닿아 있다. 프로세서 하나에 메모리 컨트롤러는 물론이고 그래픽 코어까지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ATI를 인수한 AMD도 이러한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전략을 수행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 서드파티 칩 제조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에겐 매우 우울한 소식이 될 것이다. CPU라는 헤게모니를 쥐지 못한 엔비디아는 가까운 미래에 일반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퇴출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주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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