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0년 금융IT 혁신과제①] 금융 차세대시스템, 10년의 완성 그리고 남겨진 숙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10년이 이제 약 1개월 남짓 남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금융산업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하는 설레임보다는 현재의 불확실성이 더 고통스럽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미 지난 2월 발효됐지만 당초 금융권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해왔던 투자은행(IB)모델에 대한 청사진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IT 투자 위축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내년 금융권의 IT전략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질까.
전망은 엇갈린다. 다만 금융IT업계 전문가들은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빅뱅(Big Bang)식 하드웨어 투자의 시대가 마무리됨으로써 나름대로 역동적인 시도가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큰 이벤트는 별로 없지만 기존 IT인프라의 고도화와 안정화, 그리고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확대에 따른 은행, 카드, 증권, 보험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고객정보의 활용과 싱글뷰(Single View) 전략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대표되는 신개념의 비즈니스 금융서비스 모델도 구체화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을 확장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털데일리>는 오는 12월2일 서울 프라자호텔(시청앞)에서 [2010년, 금융IT혁신과제 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하기에 앞서, 내년 국내 금융권의 주요 IT현안과제와 혁신 방안을 점검하기위한 5회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1. 차세대시스템 - 10년의 완성 그리고 남겨진 숙제
우리 나라 금융산업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난 1997년 말 'IMF 체제의 악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금융권의 극심한 구조조정과 IT통합이 동시에 이어졌다. 아울러 BIS(국제결제은행)비율 관리를 위한 바젤2 대응과 리스크관리스템의 개편, ERP(전사적자원관리)의 도입과 BPR과 PI로 대표되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 e금융 채널의 확산 등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이러한 상상할 수 없는 금융산업의 변화들을 IT측면에서 하나로 응축시켰던 단어가 바로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이다.
금융회사들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코어뱅킹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기간업무시스템의 혁신외에 정보계시스템, 채널시스템, e금융시스템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빅뱅식 모험을 결행해 옮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성공했다.
이제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2금융권의 중견 금융회사들과 상호저축은행, 캐피탈업계, 대부업계 등이 준비하고 있으며 대형사들은 거의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막바지 열기 = 은행권에서는 국내 최대 은행이 국민은행이 올 연말까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내년초 공식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 2000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한지 10년만이다.이후 우리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 하나은행 순으로 차례로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용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던 대구은행은 최근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했으며, 부산은행도 연내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차세대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수협은행도 최근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금융권에서는 한국거래소(KRX), 대신증권 등이 지난 3월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갔으며, 한국투자증권이 곧 사업자 선정 작업을 앞두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국내 대형 상호저축은행들도 1년여의 일정으로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자산규모 6조원대의 솔로몬저축은행을 비롯해 대형사인 제일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이 각각 사업자를 선정했으며 프로젝트 투입규모는 1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러시앤캐시'라는 대출서비스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최대의 대부업체인아프로파이낸셜 그룹이 차세대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화된 10년, 혁신적 기술 대거 채택 = 차세대시스템과 관련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있어서는 지난 10년간 혁신적인 변화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주전산시스템(하드웨어) 환경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IBM 메인프레임 일색이던 주전산시스템 환경이 거의 대부분 유닉스(UNIX)기반의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제일저축은행 차세대프로젝트의 경우, 아예 리눅스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 환경을 적용할 계획이어서 벌써부터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코어뱅킹(Core Banking)솔루션은 시간을 거치면서 프레임워크(Framework)경쟁으로 대체됐다. 또한 차세대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SOA(서비스지향 아키텍처)의 적용은 혁신성을 배가시켰다.
이와함께 개발언어도 C언어외에 자바(JAVA)가 채택됐으며,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는 이제 차세대시스템에서 일반화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혁신적인 IT기술의 전폭적인 적용은 차세대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러한 IT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차세대시스템 안정성 확보 노력도 2010년의 중요한 IT과제가 아닐 수 없다.
◆ 차세대시스템의 평가절하...2010년의 새로운 과제 = 지난 10년간 차세대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무리없이 이어져 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중견, 중소형 금융회사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백억, 수천억원이 투입된 차세대시스템은 정작 금융회사 현업 사용자들로부터는 평가절하되고 있다.
"과연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만한 가치가 있었느냐?"는 핀잔이다. 예를들어 차세대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사례로 꼽히는 상품개발주기 단축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프로덕트 팩토리'를 적용한 상품개발시스템을 통해 상품개발 주기가 과거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수백억원을 투입할만한 가치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러한 특정한 기능을 구현하기위해서는 차세대 프로젝트외에는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에 반박논리를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이는 현업 사용자들의 시각에서 판단한 결과이다. 현업사용자들이 느끼는 차세대시스템 변화에 대한 평가절하는 단순히 '체감'의 문제일 수 있다.
정작 IT부서에서는 수천억원의 비용절감효과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혁신이 가져올 무형의 가치를 중시한다.
금융회사들은 차세대 프로젝트 가동에 따른 업무생산성 향상을 수익으로 환산해 투자대비효과(ROI)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자료를 내놓는다. 금융회사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1년 또는 1년6개월 정도면 차세대시스템에 투자한 금액을 뽑는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차세대시스템이 투자 효과(ROI)가 있었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화살은 떠났기 때문이다.
새롭게 가동한 차세대시스템의 생산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고민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차세대시스템이 직면한 문제는 많다.
먼저, 달라진 금융환경에 대한 IT측면에서의 대응력이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IT인프라는 최신의 모델로 전환됐지만 정작 금융시장 환경 대응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에서 IT기술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중시 한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증권업계의 경우, 자통법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IT인프라 구축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한 증권사들 조차도 복합파생상품을 취급하기 위한 IT측면에서의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시중 은행들이 구축한 차세대시스템마저도 기능적인 측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금융IT업계의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차세대 프로젝트에 앞서 약속했던대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허브(Hub)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싱글뷰'와 같은 그룹형 통합고객정보 전략 구현을 위한 기능은 기존 구축한 차세대시스템에 담겨 있지 않다.
결국 금융그룹 차원의 '포스트(post) 차세대' 전략이 더 필요해 졌으며, 그에 따른 대응은 앞으로 금융 IT전략의 숙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외에 모바일을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을 IT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기존의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창구를 대체하기위한 수단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하나n플라자'라는 금융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트위터와같은 새로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로 금융서비스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까지도 기존 차세대시스템에서 유연하게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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