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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한국에 R&D 센터 설립…이번에도 낚시?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1일 CDMA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퀄컴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R&D 센터장으로는 미국 본사에서 R&D 부문 이태원 상무를 선임했습니다. R&D 센터에 투자하는 금액 및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퀄컴 CEO 폴 제이콥스 회장<사진>은 "무리하게 투자금을 약속했다가 철수하는 기업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며 "시설과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기술에 투자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퀄컴이 본사가 아닌 해외에 R&D센터를 만드는 것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겉모습만 놓고 보기에는 분명 퀄컴의 이번 결정이 한국에 유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과 내용을 듣고 난 업계의 생각은 이와 달랐습니다.

퀄컴은 현재 한국 시장에서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문제고 두 번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퀄컴은 지난해 7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로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이는 작년 12월 LPG 업계가 받은 과징금 6689억원과 함께 역대 최고액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경우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켜 왔습니다. 퀄컴의 모델칩을 사용하는 업체에는 로열티를 5%로 부과하고, 타사의 제품을 사용하면 5.75%의 로열티를 적용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 로열티는 제품 사용료와는 별개로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받아가는 돈입니다. 휴대폰 1대 가격의 5% 또는 5.75%를 퀄컴이 거둬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제조사가 가격이 100만원인 제품을 판매하면 일단 퀄컴에 로열티 개념으로 5만원을 주고 또다시 관련 부품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비싼 제품을 팔면 퀄컴에 주는 돈도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때 퀄컴 역시 모바일 칩셋 시장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퀄컴 매출액의 30% 정도가 한국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과징금 규모야 퀄컴의 연간 영업이익 등과 비교하면 적지만 한국에서의 판결이 다른 나라의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1일 폴 제이콥스 회장도 공정위 과징금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We do disagree)"며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관련기사: 퀄컴, 한국 공정위 과징금 2600억 “절대 승복 못 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퀄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4G의 경우 자체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LTE 분야의 경우 퀄컴보다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 스마트폰에 독자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하는 한편 애플을 비롯한 해외 업체에 공급까지 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아군은 없는 셈이 됐죠.


지난 20년간 퀄컴이 국내 업체들과 기술개발 협력은 해 왔지만 이렇다할 투자도 고용도 하지 않았던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어진 것입니다.


퀄컴의 태도 변화에 대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의 반응은 어떨까요. 제조사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회사 관계자는 "퀄컴이 보내온 제안서는 퀄컴이 우리와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퀄컴과 협력을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제안을 하라는 제안서"라며 "판단은 이르지만 이런 식이면 퀄컴과 협력이 큰 실익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퀄컴의 발표를 들은 기자들도 '대부분 공정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 같다. 하지만 당근치고는 너무 짜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퀄컴이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지만 반대로 유야무야 하는데는 투자규모를 공개하는 것보다는 공개치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작년에도 퀄컴이 국내 투자를 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부와 언론만 낚인 해프닝으로 끝났던 적이 있었습니다.(관련기사: 지경부-방통위, 퀄컴 투자 ‘과대포장’ 빈축)

이번에도 퀄컴이 낚시를 하는 것일까요. 아님 정말 투자를 하려는 것일까요. 퀄컴의 R&D 센터는 일단 퀄컴코리아 사무실에서 책상 하나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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