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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서버 시장 분석②] 인텔-HP, ‘투퀼라’ 통해 주도권 잡을 수 있을까?

백지영 기자
- 확장성, 안정성 강화한 아이테니엄 프로세서…HP, 유닉스 신제품 수요 기대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두 차례의 연기 끝에 인텔은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유닉스 서버칩으로 탑재되는 아이테니엄 9300계열 프로세서 ‘투퀼라(Tukwila)’를 발표했다.
 
‘투퀼라’는 지난 2001년 6월, 인텔 최초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가 첫 선을 보인지 9년만에 출시한 6번째 모델이다. 이전 모델인 ‘몬트베일’이 출시된지 2년 3개월 만에 나온 제품이기도 하다.

인텔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개발은 당초 HP의 PA-RISC 라인을 대체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라 시작된 만큼, HP 유닉스 서버 제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출시는 지연됐지만 성능 및 안정성 강화=인텔 프로세서의 출시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HP의 유닉스 서버 신제품 출시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인텔 ‘투퀼라’는 예정대로라면 2008년에 이미 출시됐어야 할 제품이다.

하지만 인텔 측에 따르면, 최종 시스템 출하 단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의 확장성을 더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함에 따라 2010년 1분기로 출시를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이전 세대 대비 2~4배 속도가 향상된 쿼드코어 기반의 투퀼라는 최대 9배의 인터커넥트 대역폭과 최대 6배의 메모리 대역폭, 업계 표준 DDR3 컴포넌트를 이용한 최대 8배 많은 메모리 용량을 갖췄다.

클럭스피드(Clock Speed)의 경우 기존 1.6㎓에서 1.87㎓로 빨라졌고, 서비스 용이성(RAS) 기능이나 퀵패스 인터커넥트(QuickPath Interconnect) 기술, 2세대 인텔 가상화 기술 등이 채택돼 성능 및 입/출력 효율성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

이에 따라 썬의 스팍(SPARC)이나 IBM 파워 프로세서 등 업체 독점형 RISC 솔루션에 비해 월등한 할당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찌됐든 이번 투퀼라 프로세서에 따라, HP도 조만간 이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 신제품을 약 2년 만에 내놓게 됐다.

HP측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될 유닉스 서버는 CPU는 기존(몬트베일 프로세서)제품의 2배인 256코어로 늘어나고 온다이(On-Die) L3 캐쉬메모리도 기존 24MB에서 30MB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하이퍼쓰레딩 기술이나 가상화 성능 등이 강화됨은 물론 ‘파워 온 원스(Power On Once)’ 등의 기능도 구현된다. 버추얼 커넥트를 통해 케이블수도 최대 94%까지 감소시켰다.

이를 통해 HP는 기존 유닉스 서버 고객의 대기 수요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국HP, 올해 IBM 점유율 넘을 수 있을까?=한국HP도 이번 유닉스 서버 출시에 따른 기대가 크다.

그동안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선두를 지켰왔던 한국HP의 경우, 한국IBM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오던 중, 결국 지난 2008년 한국IBM에게 1위 자리를 뺏긴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도 1분기를 제외한 2, 3분기에 한국IBM이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HP의 심기를 건드렸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HP는 이번 차세대 투퀼라 프로세서가 탑재된 유닉스 서버 신제품이 출시되면, 인텔과의 공조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인텔코리아 서버플랫폼 담당 나승주 부장은 “이번 투퀼라 출시에 따른 유닉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파트너 및 협력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DC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테니엄 기반 시스템 매출액은 썬과 후지쯔의 스팍 프로세서 대비 3배, IBM의 파워 시스템과 비교해서는 약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아이테니엄 기반의 유닉스 서버를 출시하는 곳은 한국HP가 유일하다.

한편 이번 투퀼라 탑재 유닉스 서버의 가격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투퀼라 프로세서의 공급가는 1000개 단위당 946~3838달러로 책정돼, 이전 프로세서와 가격 차이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HP측에 따르면, 이번 유닉스 서버 신제품은 CPU 업그레이드(몬트베일->투퀼라)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에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테니엄칩의 미래는 어둡다?=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의 고객은 국내의 경우엔 HP가 사실상 유일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NEC와 Bull, 히다치 등의 서버 업체들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퀼라 프로세서부터는 미국의 슈퍼마이크로, 중국의 인스퍼 등이 새롭게 이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 신제품들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x86 진영에서는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언젠가는 단종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결국 x86 아키텍처가 향후에는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나승주 부장은 “IBM의 경우엔, 이번 파워7 발표 이후 파워8와 파워9 등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인텔은 이미 다음 세대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인 32나노공정 기반의 ‘펄슨(Poulson)’과 그 다음 단계인 ‘키슨(Kittson)’을 계속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우 인텔 아태지역 서버플랫폼 그룹 담당 역시 “IBM 같은 회사는 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안 돼 프로세서에서 손을 뗄 날이 머지 않았다”고 평가 절하하며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한 있다.

인텔 측은 현재 56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아이테니엄 기반의 시스템 매출을 절반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00대 기업의 80%가 아이테니엄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절대 아테니엄 프로세서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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