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방송통신 규제개혁 성과, 아직 논할때 아니다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조용히 있어도 표가 나기 마련이다. 굳이 그간의 성과를 동네방네 떠들지 않아도 주변이 알아서 인정해준다.

하지만 요즘은 자기 PR시대다. 더 좋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과 성과를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 주변의 대우와 시각도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자기 PR은 객관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냥 ‘자화자찬’식이면 곤란하다. 그러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2년/방송통신분야 규제개혁 성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을 들어다보니 ▲소유규제 완화, 광고 사전심의 폐지 ▲이동통신 요금제도 개선을 통한 통신사업자 자율 요금인하 유도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 기준일 선택폭 확대, 무선국 중복 검사항목 개선 등을 통한 사업하기 좋은 기업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분야 성과는 곧 방송통신위원회의 성과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무엇보다 방송법 개정과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규제개혁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무선국 중복검사 항목 개선,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 기준일 선택폭 확대 등은 적절한 조치다.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로 사업자 부담을 줄여준 것 등은 크게 표시나지는 않지만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정부가 내세우는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개혁 성과 중 많은 부분들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고, 경쟁활성화 측면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나타나고 있어 이를 과연 성과로 볼 것인지는 다소 애매하다.

방통위가 꼽은 방송분야의 성과들은 방송법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 방통위는 낡은 칸막이식 규제를 벗어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방송법이 통과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회비용을 치뤘는지, 지금까지도 정치적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이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이 시장의 자율경쟁을 촉진시키는 긍정적 효과만 있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규제를 벗어난다고 했지만 최근 OBS의 역외재송신 문제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인 방통위다. 원칙이 없다는 얘기부터 정치적인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벌써부터 어느 기업과 신문이 OBS를 인수하네 마네 하는 소문들조차 들리기 시작한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도 그렇다. SK텔레콤의 초당과금제 도입 등 과금체계 변경이나 무선데이터요금 인하 등도 과연 규제개혁의 성과인지는 반문하고 싶다. 그 동안 방통위는 꾸준히 시장 자율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실제 사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IT를 홀대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방통위 역시 통신 등 산업의 중심보다는 방송법 등으로 인해 정치이슈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최근 들어 분위기는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정통부 해체 이후 정보통신 정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화자찬’만 있을 뿐 반성은 찾기 어렵다.

규제개혁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굳이 알리지 않아도 기업에서 국민들 입에서 “사업하기 좋아졌다”, “소비자 편익이 늘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자신들만의 성과가 아닌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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