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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분야 경험 없는 삼성의 실수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1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지털이미징이 합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사업 일류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카메라를 휴대폰에 버금가는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합니다.

옛 삼성 카메라는 가격이 최고 경쟁력이었습니다. 삼성은 주로 로우엔드 모델로 시장 아래쪽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여왔습니다. 세계 콤팩트형 디카 시장에서 삼성은 캐논과 소니에 이어 수량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말할 것 없이 1위입니다. 탄탄한 유통망과 거대한 자본력으로 이뤄낸 결과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유통 상인들도 마진이 1만원이라도 더 많은 삼성 카메라를 파는 것이 이익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삼성 카메라의 경쟁력은 제품 그 자체보다 다른 쪽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삼성 카메라가 지난해부터 색깔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로우엔드 모델 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도 제법 쏟아내고 있고, 자체 제작한 렌즈교환식 하이브리드형 디카 NX10도 내놨습니다.


카메라 커뮤니티에선 “삼성이 뭔가 제대로 하려나보다”, “일본 업체들 마음에 안드는 데 잘 나오면 삼성으로 갈아타련다”, “하드웨어 만드는 건 삼성이 최고다” 등 좋은 평가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비록 고급형 제품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로우엔드 제품으로 시장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위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카메라 사업이 딱 그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이 복잡하고 비싼 고급형 제품을 내놨다면 지금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콤팩트형 디카에서 야금야금 시장을 먹어왔던 삼성은 렌즈와 센서, 액정,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100% 자사 기술로 렌즈교환식 하이브리드형 카메라를 내놨습니다. 삼성이 독자 기술로 만든 첫 렌즈교환식 카메라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있었고, 제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제품을 구입할 만한 주요 대상을, 즉 카메라를 잘 아는 충성도 높은 고객 군을 어루만졌던 경험이 없습니다. 휴대폰과 TV와는 다릅니다. 고급형 카메라는 고객의 관여도가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충성도가 높은 반면 이의 제기도 상당히 잦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NX10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3번의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첫 출시행사, 예약판매, 청계천 체험 행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출시행사 때는 한정 인원만 초청한다며 신청하라고 해놓고선 정작 당일에는 누가 누군지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여기서 미리 신청한 사람들은 빈정이 상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수 백명의 사람을 불러모아놓고 50인분에 남짓한 식사를 준비해 굉장한 원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 행사에는 밥이 가장 중요하다”며 “행사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밥이 좋으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NX10을 보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는데 체험 제품은 달랑 몇 대 수준이었다는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3시간 동안 NX10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로 한 청계천 출사 행사 때도 제품은 5대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몰려든 인원은 수십, 수백명이었다는 데 말이죠.

초기 좋은 반응과는 달리 커뮤니티 등에서 이른바 빅 마우스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삼성 NX10의 평가 점수는 현재 그리 좋지가 못합니다.

삼성전자가 일본 카메라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를 모셔오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지켜본 일본 카메라 업체들은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고 합니다. NX10을 보려고 경쟁 카메라 업체들이 삼성 딜라이트를 자주 방문했다더군요. 일본 업체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크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섬세한 마케팅까지 병행했더라면 큰 위협이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한주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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