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재난안전지휘무선망 구축사업 재추진 시급

채수웅 기자
- KISDI, 테트라·와이브로·아이덴 등 장단점 분석 필요
- 사업성·경제성·독점문제·정책적 성과 만족시켜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감사원의 지적 이후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재난안전통합지휘무선망(이하 통합망) 구축사업의 재추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재난안전지휘무선망 구축방안 연구-TETRA, WiBro, iDEN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재난안전 무선통신망 구축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개념의 비전과 역할을 제시했다.

통합망 사업은 2003년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디지털 TRS 테트라 방식으로 통합해 일원화하는 기본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 세부추진계획 수립, 정보화전략계획수립 등을 거쳐 구체적인 구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2008년 2월 감사원의 지적과 이에 따른 지난해 6월 KDI의 타당성 재조사로 사업추진방식의 적정성과 경제성 등이 논란이 제기되며 지금까지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감사원은 당초 78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업이 실제 1조3천여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업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테트라 시스템을 단일 벤더가 공급하게 독점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테트라, 와이브로, 아이덴 어떻게 다르지?=당초 통합망 구축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기술은 테트라였다. 비록 경제성, 벤더 독점 논란 끝에 사업 자체가 와해됐지만 테트라는 타 기술에 비해 재난대응 목적으로 특화돼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영국,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테트라를 단일 기종만으로 사용하고 있을만큼 재난망과 관련해서는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KISDI는 "추진방식의 적절성과 사업의 경제성, 목적달성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그간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한 명확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투자 타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트라에 대한 독점, 경제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와이브로 기반의 재난안전지휘무선망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멀티미디어 영상 수요 해결시 최적의 시스템으로 기존 기술방식에 비해 향상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 재난 대응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테트라와는 달리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외산장비 및 단말기의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이브로를 이용한 재난안전 무선통신망 기술구현은 초기 연구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기술구현에 2~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디지털 TRS 기능을 완벽히 대체하기도 사실상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KISDI는 "와이브로는 검증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매력적인 대안이고 정책적으로도 선호도가 높은 수 있다"면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대체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KT파워텔이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아이덴의 경우 전화 활용측면에서는 테트라와는 TRS 기술로 동일하지만 실제 망 운영 등 인프라 및 서비스 제공측면에서는 상이한 기술이다.

이동통신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재난 대응성 측면에서 테트라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고 단말기간 직접 통화 대기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적으로는 테트라가 재난대응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이덴은 상업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 KT파워텔에서 제공하는 듀올(Duall) 서비스 등의 결합서비스 제공과 같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고 운영유지 측면에서도 많은 노하우를 확보한 것이 장점이다.

◆어떤 기술을 선택해야 하나…독점문제·경제성 확보가 관건=이처럼 테트라, 와이브로, 아이덴은 저마다의 장단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기술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KISDI는 기술적 타당성 이외에도 경제적, 정책적 타당성이 분석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KISDI가 2010~2020년간 기술별로 분석한 비용을 살펴보면 매몰비용 등을 고려해 테트라가 8956억원, 아이덴 전국망이 8724억원, 테트라와 아이덴이 혼합된 방식이 8615억원, 와이브로 전국망이 800MHz의 경우 1조3516억원, 2.3GHz 대역의 경우 1조9180억원으로 추정됐다.

사업비만 놓고 보면 아이덴 공중망을 활용하는 방안이 전반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기존 테트라망을 확장 투자하는 대안에 비해 현격한 비용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와이브로의 경우 가장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안으로 분석됐다. 다만 KISDI는 와이브로를 활용하는 대안은 다른 대안과는 다르게 구축시 발생되는 편익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 와이브로의 경우 기술대체 가능성만 존재하고 있고 아직 재난 용도로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KISDI는 현 시점에서 바로 사업을 재추진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점을 수정한 테트라 방식과 아이덴 방식을 활용한 공중망 투자대안이 선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KISDI는 "통합망 사업이 다시 수년간 지연되는 것은 올바른 정책결정이 아닐 수 있다"며 "관련 기관 및 업체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중장기 추진계획을 주고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KISDI는 "가능한 올해안에 검증을 마무리하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되 유연성 있는 계획을 세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책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술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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