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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프로게이머 영구제명…선수탓?

이대호 기자

- 선수는 물론 관리 미흡했던 협회와 게임단 일부 책임도

- 이번 결단엔 팬들도 동감e스포츠 협상에서도 결단 내려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가 결단을 내렸다. 승부조작 건은 e스포츠의 존폐까지 거론됐던 최악의 사태였다. 이번 영구제명 조치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일벌백계하는 의미가 크다.


이로써 승부조작 건은 일단락됐다. 영구 제명된 선수들은 협회가 주최하는 대회는 출전할 수 없다. 협회에서 시상한 모든 포상(e스포츠 대상, 프로리그 개인시상, 위클리&월간 MVP)도 박탈됐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미 연루된 프로게이머의 실명이 언급되고 있다. 그들의 게임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협회의 결정에 동감한다는 반응이다. 이는 e스포츠팬들도 충격이 상당했다는 것을 뜻한다.

 

연루된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은 미니홈피에 “한 순간의 선택으로 저를 아시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 드렸네요”라며 “죄송합니다”라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선수의 탓만은 아니다. 협회 차원의 선수의 소양교육은 물론 게임단 자체에서도 선수 관리가 미흡했다. 프로게이머 일부는 얼굴이 널리 알려지고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렸으나 그에 준하는 관리와 감독은 크게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마녀사냥 식의 매도는 없어야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e스포츠는 전성기가 지속될 분위기였다. 속으로 곪아온 것이지만, 경기 승부조작에 블리자드와 지재권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이젠 협회의 미래까지 암울한 상황이 됐다.

최근 여론이 매섭다. 협회가 선수의 잘못을 엄중히 문책한 것처럼, 여론이 협회를 탓하는 모양새다. 협회는 나름 억울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블리자드의 마케팅을 대신 해준 것이냐”는 협회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혹하다. 블리자드는 협회와 논의를 중단한 채 e스포츠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국내 e스포츠 독점권한을 지닌 그래텍을 앞세워 한발 물러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새판을 키우기 위한 물밑 작업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협회는 이번 승부조작 사태에서 보인 결단을 e스포츠 협상에서도 보여야 한다. 기약도 없는 블리자드와의 재협상 요구로는 해답을 얻기 어렵다. 게임단과의 공동 대응은 최대 8월까지만 가능하다. e스포츠팬들은 지난 일보다는 미래를 보며 실리를 챙길 것을 원하고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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