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삼성SDS의 티맥스코어 인수

이상일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주 국내 IT업계의 화제는 단연, 삼성SDS가 결국 티맥스소포트의 자회사인 티맥스코어를 인수한 것이었다.

티맥스코어는 비록 티맥스소프트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사실상 티맥스소프트의 핵심 연구인력이 포진돼있다. '티맥스의 전부' 또는 '티맥스의 몸통'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대표적인 국산 SW업체를 삼성SDS가 인수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삼성SDS의 티맥스코어 인수는 단순히 IT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M&A와는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짚어봐야할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그동안 SI(시스템통합)사업을 주력으로해왔던 삼성SDS가 과연 SW기반의 고부가가치 신사업영역으로 회사의 역량을 확대시켜 나갈 것인가?

그렇다면 LG CNS, SK C&C와 같은 다른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이며, 그들도 소프트웨어업체의 M&A 대열에 동참할 것인가?

또 한편으론, 국산 소프트웨어(SW)의 생존 방식은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 IT기업들에게 M&A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IT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짊어지는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단기 실적에 급급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자본 투자가 불가피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나같이 거대 담론이 필요한 주제들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들을 뒤로하고, 삼성SDS는 티맥스코어 인수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만 짤막하게 밝혔다.

그동안 삼성SDS는 IT와 관련된 업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거의 1순위로 인수 대상자로 업계에서 지목돼왔지만 실제 행동에 옮긴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티맥스소프트 뿐만 아니라 물류 IT업체인 케이엘넷을 비롯해 한컴에 이르기까지 시장에 매각 소문이 나오기만 하면 의례적으로 삼성SDS 인수가 점쳐지는 것이 관례(?)처럼됐다.

삼성SDS도 내부적으로 이러한 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SDS는 그동안 일부 다른 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M&A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티맥스소프트에 대해선 삼성SDS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대로 티맥스소프트는 큐로컴과 프레임워크 제품인 ‘프로프레임’을 두고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대외 이미지를 중요시 하는 대기업의 특성 상 굳이 분쟁의 소지가 있는 기업을 인수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삼성SDS는 티맥스코어에 대한 인수 금액 등 규모에 대해선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삼성SDS는 보도자료를 통해 티맥스코어와 같은 대표적 토종 소프트웨어 회사를 회생시킴으로서 국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공적인 상생 모델 구축에 큰 의의가 있으며, 수익보다는 국내 시장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M&A와 관련한 논리 치고는 좀 어색하고 뜨악하다. 어찌됐건 이번 M&A와 관련한 속사정이 복잡할 것이라는 추론만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글과컴퓨터도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왔다.

삼성SDS는 한컴에 대한 인수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티맥스코어의 인수논리대로 본다면 마찬가지로 대승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