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SW월드컵 ‘이매진컵 2010’ 우승한 ‘워너비앨리스’

심재석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앨리스는 며칠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이 들어있어 매우 귀중한 지갑이었다. 앨리스는 큰 슬픔에 빠졌다. 자신이 그 날 거쳤던 모든 장소를 다 찾아봤지만, 지갑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앨리스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지갑을 내밀었다. 택시 안에서 우연히 주웠다고 한다. 그는 신분증의 주소를 보고 앨리스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앨리스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대가도 거절했다. 그는 대신 작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웹 사이트 주소와 일련의 숫자만 적혀 있는 명함과 유사한 카드였다.

앨리스는 카드에 집에 돌아와 카드에 적힌 URL에 따라 웹 사이트를 방문했다. “선행 카드에 적힌 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앨리스는 카드에 적힌 번호를 입력했다.

그 순간 화면에는 여태까지 이 카드를 받았던 사람들과 그들이 했던 선행들이 한 눈에 나타났다. 이 카드는 사람들이 선행을 한 사람이 선행을 받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카드였던 것이다.

앨리스에게 카드를 준 남자는 앨리스의 지갑을 찾아주는 선행을 펼쳤고, 앨리스는 카드와 함께 그의 선행을 받은 것이다. 앨리스는 사이트를 통해 이 카드가 십 여명의 선행을 거쳐 자신에게 까지 전달됐음을 알 수 있었다.

카드를 받은 사람은 웹 사이트에 자신이 받은 선행을 입력한 후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행하면서 카드를 전달해 왔던 것이다. 이 카드를 통해 그렇게 연결된 사람이 십여 명이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선행을 펼쳤고, 그 선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이겨낸 사연이 소셜네트워크와 함께 한 눈에 들어왔다.

앨리스는 이제 이 카드를 누군가에게 또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을 펼쳐야 할 것이다.

위 이야기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이매진컵 2010’에 한국대표로 참여해 차세대 웹 부문 우승을 차지한 ‘워너비앨리스’의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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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학생들(사진 왼쪽부터 김정근, 김하나, 최시원 학생)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인 워너비앨리스는 도움을 주고 받은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선행 릴레이’를 주제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개발해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8000 달러를 받았습니다.

워너비앨리스팀 이 개발한 서비스는 수십 명의 '선행 릴레이'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를 통해 선행을 통한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선행의 동기를 부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워너비앨리스팀이 이매진컵 재수생이라는 점입니다 워너비앨리스는 지난 해 열린 이매진컵 2009 대회에도 한국대표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는 웹 서비스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해 수상 실패 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한 이들은 올해에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웹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역이 소프트웨어보다는 웹과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워너비앨리스팀은 올해 대회에서 차세대 웹부문에 참가한 124개 팀 중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웹과 소셜네트워크라는 최신 트랜드에 선행이라는 콘텐츠를 남은 것이 수상의 배경이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워너비앨리스가 내세운 ‘선행’이라는 주제는 당초 이매진컵의 취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매진컵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아, 환경문제 등 8개 난제를 IT기술을 통해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대회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우승한 한국팀인 ‘와프리’는 사슴벌레 사육 장치를 개발해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워너비앨리스 팀의 주제인 ‘선행’이라는 것은 8대 난제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사실 선행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워너비앨리스팀은 이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선행’이라는 토대를 튼튼히 하면 다른 난제들은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입니다.

워너비앨리스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최시원(인하대 4학년)씨는 “많은 학생들이 난제와 기술이 융합된 솔루션을 기획하는 것을 어려워했다”면서 “8대 난제 이외에 중요한 것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선행이라는 것을 끌어낸다면 더 중요한 것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생각은 심사위원까지 설득해 냈습니다. 워너비앨리스가 1들을 차지했으니까요.

이로서 한국대표팀은 2008년 단편영화부문, 2009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부문, 2010년 차세대 웹 부문 등으로 3년 연속 우승팀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매진컵 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설계 부문에서 아직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7년 한국대회에서 세종대학교의 엔샵팀이 2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지만, 아직 우승을 차지한 국내 팀은 없습니다.

내년, 내후년에는 소프트웨어 설계 부문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길 기대해 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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