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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금융권 자통법 IT특수...올 하반기 ‘불씨’ 살아날까.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 하반기 금융권의 자통법(자본시장통합법) 관련 IT투자에 대한 IT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자통법과 관련한 IT인프라는 말 그대로 유가증권,외환, 파생상품관리시스템 등 자본시장과 관련한 전산인프라를 말한다. 더 나아가 리스크관리시스템 등을 포함해 투자은행(IB)을 구현하기 위한 강화된 기간시스템 전반으로 폭넓게 정의된다.

 

이 때문에 금융 IT업계는 '차세대시스템'이후에 금융 IT시장을 이끌 가장 큰 시장 동력으로 '자통법 투자'를 꼽아왔다

 

그러나 앞서 지난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투자은행 모델에 대한 부정론이 급부상하면서 이와 관련한 IT투자는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올 상반기 은행,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관련 IT투자가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만큼 자통법 관련 IT투자도 확산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과 IT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자통법과 관련한 특정항목에 대해서는 그 간극이 넓다. 

 

◆주요 시중은행, 자통법 IT투자 본격 재개 = 먼저, 긍정론의 경우 "올 하반기 일부 주요 시중은행의 자통법 관련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국내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자통법 IT투자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사실상 완료된 만큼 자통법 시장환경 대응을 위한 IT구현외에는 뚜렷한 IT투자 현안이 없다는 상황론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현재 KB국민은행이 올해초부터 다시'CMBS'프로젝트를 시작, 올해 11월말 완료를 목표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IBMS'로 명명된 자통법 관련 시스템 체계를 확대하기위한 보강 투자를 올 하반기에도 서두를 계획이다.


이와함께 하나은행은 최근 'HCMS'로 명명된 자통법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사업자로 SK C&C를 선정한 바 있다.


자통법과 관련한 IT인프라는 특히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형 금융회사들에게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일뿐 자통법 관련 IT투자는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이후의 IT투자 전략이 다시 DW(데이터웨어하우스), CRM(고객관계관리) 등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부문으로 급속하게 옮겨지고 있는 것도 자통법 IT투자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동일 금융그룹내 금융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창출에 필요한 고객정보통합, 영업점 연계 비즈니스 강화, 영업지원시스템 확대, 신속한 상품출시 프로세스 완성 등 궁극적으로 자통법 IT 특수를 견인할 수 있는 항목에 IT투자가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통법 IT, 실체있나? 부정적 시각도 여전히 = 하지만 "자통법 IT특수가 기대했던 것 보다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자통법 IT인프라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다.
자통법 환경으로 시장 여건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특별한 IT인프라'를 새롭게 장착해야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프로젝트당 200억~300억원의 막대한 IT예산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기존에도 이미 금융회사들은 유가증권, 파생상품, 브로커리지, 외환(FX 등) 업무와 관련한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를 업그레이드하기위한 '시스템 고도화' 수준으로 자통법 IT투자 범위을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갈망해왔던 '투자은행(IB)' 모델 자체에 대한 열기가 식어버린 상황이기때문에 당초 그렸던 자통법 관련 IT특수는 여전히 축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이후 또 다시 대규모 IT투자에 나설 것인지가 관심사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IT투자비용을 줄이기위한 IT아웃소싱도 고려해야 한다. 코스콤(옛 증권전산)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들에게 투자은행 업무 기능을 IT아웃소싱 방식으로 제공하는 '파워서비스' 전략을 이미 마련해놓고 있어 시장 파이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KB국민은행의 1차 CMBS 프로젝트 실패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 '자통법 IT투자'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는 여전히 높지 않다.


이와관련 금융IT업계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국내 금융권에서 시도된 여러 매뉴얼들이 있고, 그것이 실제 프로젝트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자통법은 업무에 대한 해석 자체가 쉽지않다. 실제보다 어렵고, 그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자통법 환경에 대비한 자본시장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해왔지만 지난 2009년말 업무요건에 대한 부정합 현상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결국 한국IBM과의 프로젝트 계약을 중단시켰으며, 당초 후순위사업자였던 SK C&C가 올해초부터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SK C&C측은 "기존에 개발됐던 업무요건들에 대한 갭분석이 잘됐기때문에 올해 11월까지 완료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이 보다 완전한 신뢰를 보낼려면 실제 개통이 이뤄지고 시스템 운영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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