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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스타2 론칭...무성의한 블리자드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게임업계의 이슈는 단연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2’다. 완성도를 이유로 출시가 늦춰지길 수차례, 결국 지난달 전 세계 동시 론칭을 했다.

전작이 나온 지 1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2에 이용자들은 ‘영화 같다’, ‘완벽하게 한글화가 됐다’며 상당수가 호응하고 있다. ‘전작만 못하다’라는 평가절하의 글도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그런데 콘텐츠의 완성도를 자신하기 때문일까. 최근 게임 밖에서 본 블리자드의 시장대응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PC그래픽카드 과열사건이 그렇다. 전 세계 동시 론칭이 진행되면서, 각국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에는 PC그래픽카드를 과열하는 코드가 없다”며 “그래픽카드가 타거나 전원부가 손상되는 문제는 하드웨어 결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블리자드는 배틀넷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간단한 두 줄의 코드를 스타2 내부 문서파일에 추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하면, 그래픽카드 과열현상이 덜하다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많다. 해결책은 초기 메뉴화면에서 프레임수치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코드를 삽입함으로써 일정수준의 프레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스타2가 PC그래픽카드에 직접적인 과부하 요인을 제공하는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하건데, 스타2가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스타2로 인해 이미 PC방에서 그래픽카드가 못 쓰게 된 사례가 나왔다”며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과열은 카드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PC방에서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해결방안을 배틀넷에 공지한 것도 문제”라며 “업주들이 늘 배틀넷 공지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스타2 홍보하는 것만큼 문자로 알려주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했다”고 성토했다.

이번에 또 블리자드의 처신이 입방아에 올랐다. 오는 17일 새롭게 출범식을 가지는 게임문화재단의 사업을 위한 기금출연에 블리자드가 빠진 것이다. 현재 기금은 90억원 규모로,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조성한 것이다. 물론 블리자드가 재단조성 기금을 출연할 당위성은 없다.

이에 블리자드 측은 “미국에 상장된 회사이기 때문에, 기금출연도 본사 규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며 “현재 기금출연은 확정된 바가 없으며,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사실상 기금 출연을 거절한 것이다.

실제로 이미 지난 6월에 기금출연 얘기가 나왔지만 그때부터 블리자드는 검토만 반복하고 있다. 스타2 등급이 청소년 이용불가가 나왔을 때는 재빠르게 수정버전을 내놓은 블리자드의 민첩성을 생각하면 기금출연 문제는 굼뱅이가 따로 없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외국계지만 스타1이나 와우 등의 성공으로, 블리자드가 국내에서 사회적 본분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스타2 국내 영업도 시작됐는데, 이번 건을 보면 블리자드가 유리한 비즈니스만 곻라서 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요약한다면, 블리자드의 최근 행보는 밉상 그 자체다. 블리자드에게 대한민국은 스타크래프트 신화를 만들어준 유일한 나라다. 앞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까지 그런 얄팍한 이미지가 비춰졌을때가 문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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