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스타2, 그리고 게임산업의 미래
지난 2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스타크래프트2 리그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스타2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싶어서 기자도 경기장을 방문했습니다.
경기가 열린 장충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3500여명이 준비된 객석을 대부분 채웠습니다.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데 어울렸습니다. 게임 속 유닛(Unit)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와 탄식을 내뱉을 때는 그 분위기에 기자도 자연스레 취하더군요.
스타2가 론칭될 당시, e스포츠로 진행할 때 눈이 어지럽고 경기가 혼란스럽다는 등 3D그래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적이 있었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오히려 전편보다 보기 좋은 듯합니다. 화려한 3D그래픽효과에 줌인으로 화면 확대까지 되니 정말 볼 맛이 나더군요.
또한 경기 해설진에도 합격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물론 10년간 판을 다져오면서 수많은 데이터가 확보된 스타1보다는 못하겠지요. 직적 본 스타2 해설은 경기진행과 별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리그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더욱 나아지리라 봅니다.
경기장 한 쪽에 마련된 마이크석에 외국인 2명이 해외로 인터넷 중계방송을 하고 있더군요. 경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도 국내 해설진처럼 목소리가 찢어지는 등의 흥분(?)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설할 때 표정 변화가 풍부한 것이 볼 만 했습니다.
이번 시즌1 리그는 과일장수라는 닉네임을 쓰는 김원기 선수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3:1 낙승이었죠. 흥분을 감추지 못할 법한데, 1억원의 상금을 받고도 담담하더군요. 스타1 리그 우승 상금이 3000만원이니, 3번 우승한 것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실제 경기도 시원시원하게 풀더니, 역시나 소감을 들어보니 즐기면서 했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현재 스타2 리그의 최대 약점은 스타플레이어의 부재입니다. 2일 장충체육관에서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리그가 진행되면서 스타는 계속 나오겠지요. 시즌2에서 e스포츠의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투신 박성준이 출전한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천재 이윤열도 스타2 전향을 선언했으니 한 배를 타겠지요. 그렇게 해서 빅매치가 성사되면 스타2 인기가 확 올라갈 것은 당연합니다.
언젠가 e스포츠의 중심축은 스타1에서 스타2로 옮겨가겠죠. 그런데 스타1에서 자연스레 스타2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나와야 하는데, 시작부터 격한 충돌이 일어나니 안타깝습니다. 스타1으로 경기를 진행하면서 IP(지적재산권)를 심각하게 따지지 않아 이것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10년동안 모래위에 성을 쌓은 셈입니다.
한편으론 국민들과 국가 지원에 힘입어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한 e스포츠가 블리자드란 한 회사에 휘둘리는 것이 우습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e스포츠 시장을 키우고 버팀목이 되어준 팬들은 가만히 있는데, 위(?)쪽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꼴입니다. 스타1을 지금까지 이끈 e스포츠팬들을 생각한다면, 프로리그는 존속돼야 함이 옳습니다. 스타2와 공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나중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둘 중 하나를 택하겠죠.
기자 눈에는 12년 된 베테랑 현역보다 이제 갓 전입신고를 마친 이등병이 좋아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모를 일입니다. 시장이 베테랑을 원할 지도요.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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