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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원하면 무료로 무선랜 설치, 왜?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SK텔레콤이 연말까지 전국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이용 사업장과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소재 사업장에 무선랜(WiFi)을 무료로 깔아주겠다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관련기사: SKT, 무선랜 원하는 곳 무료로 구축해준다>

설치 대상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을 보유한 소규모 매장입니다. 분식집이 될 수도 있고 당구장, 고깃집, 호프집 등 다양한 자영업이 대상이 됩니다. 슈퍼마켓은 휴게공간이 없으니 안되겠군요.

SK텔레콤이 이런 전략을 내놓은 것은 적은 투자액으로 무선랜 가능 지역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무선랜을 설치하려면 일단 인근에 유선이 있어야 합니다. SK텔레콤은 KT에 비해 유선 인프라가 취약해 무선랜을 늘리려면 유선까지 설치해야 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프랜차이즈와 제휴를 해도 KT에 비해 비용이 더 드는 것이지요. 설치하려는 장소 소유주와 협의도 해야 하고요. 이를 ‘신청’으로 바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최근 KT는 자사의 와이파이 가능지역이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비교 광고를 네트워크 경쟁력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모두 TV에서 한 번쯤은 봤을 것입니다. SK텔레콤은 3G 데이터 무제한을 앞장세우고 있지요. 그러나 양사의 전략은 마케팅 차원에서는 KT가 유리한 입장입니다.

주파수와 용량을 고려하면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의 안정성과 수용 능력은 SK텔레콤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KT가 도처에서 불통이 되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KT의 무선랜존이 많다는 것은 사용하든 안하든 KT가 더 좋겠구나라는 인식을 주지요.

결국 마케팅 차원에서 SK텔레콤도 KT와 비슷한 수준까지는 무선랜 핫스팟을 구축할 수 밖에 없어졌습니다. 이 방안이 ‘원하는 곳에 설치해주는 형태’로 구현된 것이지요.

SK텔레콤 입장에서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추가 인프라가 크게 필요 없습니다. 무선랜 무선접속장치(AP)만 설치하면 되지요. 유선으로 사용하던 것을 무선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유기를 SK텔레콤이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를 미끼로 자업업자들의 초고속인터넷을 SK브로드밴드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부수입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에서 신청하는 사업장은 조금 다릅니다. 이들에 대서는 SK텔레콤의 와이브로를 브릿지를 통해 무선랜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 와이브로 브릿지로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일단 와이브로 신호가 실내에서 잡혀야합니다.

그런데 사실 서울 지역에서도 대로변 길에 마주한 곳이 아닌 이상 실내에서 와이브로 신호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는 KT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심사’라는 단서조항을 달아둔 것으로 생각됩니다.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커버리지 내라면 설치를, 밖이라면 거절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어차피 무료로 설치해주는 것이기에 거절을 당해도 신청자가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겠지요.

SK텔레콤의 제안은 자업업주들에게도 이득입니다. 기왕 설치한 인터넷을 같이 쓸 수 있게 하고 거기에 비용도 들지 않으니 말이지요. 네트워크 보안 문제도 SK텔레콤이 대신 해결해줍니다.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무선랜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그 효과는 이미 증명됐습니다.

데이터 무제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굳이 무선랜에 접속치 않고 3G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선랜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입니다. 3G가 폭주할 때를 대비한 네트워크라는 의미에서요. 사용자야 이들의 경쟁으로 좀 더 편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손해될 것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흐름은 이제 펨토셀 설치 경쟁으로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펨토셀은 무선랜 공유기와 비슷하지만 3G 네트워크 신호를 쏴준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동통신 기지국 출력이 약한 곳에서도 음성과 데이터 모두를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3G망이기 때문에 무선랜보다는 속도가 느리지요. 네트워크 사정이 우리보다 열악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된지 오래입니다. 범위를 벗어나도 자동으로 주변 기지국으로 연결돼 끊김 없이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습니다. 보안성도 무선랜보다 높습니다.

펨토셀 경쟁까지 본격화 되면 그때가 통신사간 네트워크 품질의 진검승부입니다. 결국 운용능력과 용량 싸움이 될테니까요.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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