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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싫으면 이사가라니...오만해진 구글

심재석 기자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구글이 오만해졌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던 초심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25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스트리트뷰에 자신의 집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냥 이사해라(just move)”라고 답했다.

슈미츠 CEO는 “스트리트 뷰를 위해서 우리는 한 번 차로 지나갔을 뿐”이라며 “이것은 감시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슈미츠 CEO의 이 같은 발언은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블로고스피어는 슈미츠 CEO의 발언을 크게 비판했다.

빨랫줄에 속옷이 널려있을 지도 모르는 우리 집 사진이 인터넷상에 올라가는 것을 불쾌해 하는 심리는 당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신경질적으로 “이사 가라”고 대답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슈미츠 CEO는 “말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를 그 동안 구글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아울러 이날 인터뷰에서 사회자는 “누군가가 나의 개인정보를 보길 원하면 주느냐”고 질문하자 슈미츠CEO는 “연방법원의 명령서가 있으면 준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같은 일이 매우 자주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 정부와 맞서던 ‘영웅’ 구글의 이미지는 허상이었던 것이다.

또 최근에는 구글 번역기에서 ‘대한민국’을 일본어로 번역하면 ‘니폰(日本)’으로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기계번역에서 번역상의 오류는 언제나 있을 수 있으며, 잘못된 번역이 있으면 수정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태도에는 오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인의 역사적 감정상 ‘대한민국’이 ‘일본’으로 번역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다. 이런 번역 오류에 한국 네티즌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구글코리아는 우선 사과를 한 후, 왜 이런 오류가 발생하게 됐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수정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구글측의 태도는 별 일 아니라는 태도다. “기계적 번역 방법은 일반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말로 논란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불쾌감을 유발한 것에 대한 사과도,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오류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넘어가려는 것이다.

반면 번역 오류는 하루만에 고쳐졌다. 100% 기계가 하는 것이라 오류가 발생했다던 구글의 설명과 달리 사람이 개입하자 하루만에 바로잡힌 것이다. 이는 번역 결과를 사람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국에 연구소까지 갖추고 있다는 구글코리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테스트해보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정도의 일로 구글을 ‘오만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과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고객에게 다가왔고, 성공을 거뒀다. 이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 하는 법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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