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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같은 ‘달빛요정’ 도토리 지급설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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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뇌출혈로 숨진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이진원(37)씨가 생전에 음원 사용료로 현금이 아닌 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지난 주말에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마치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더군요.

보도의 발단은 한겨레였습니다. ‘일어나라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쳐야지’라는 제목아래 일기 형식으로 쓰인 기사에 이 같은 내용이 조금 들어있었습니다.

“음원을 하나 내려받으면 가수에게 30~50원, 실시간 듣기, 배경음악, 벨소리, 통화대기음 등은 기껏해야 3~4원이 들어오는 구조더라고. 그것도 어느 정도 금액을 넘어서야 몰아서 지급한다고 하더군. 항의하니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라도 먼저 드리면 안되겠냐고 하지 뭐야. 돈은 기준액에 도달하면 그때 지급하겠다면서. 짜증이 나서 ‘도토리’라는 노래를 만들어 2008년 발표한 3집 <굿바이 알루미늄>에 실었어. 다람쥐 반찬만 먹고 살 순 없잖아?”

하지만 이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음원 사용료로 ‘도토리’를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해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도토리는 부수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싸이월드는 음원 사용료 합계가 5만원이 넘어야 뮤지션에게 지급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SK커뮤니케이션측은 “다운로드가 발생할 때마다 몇 백원씩 송금하면 이체수수료나 결제대행 수수료가 더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이마저도 제도가 변경돼 다운로드 회수에 관계 없이 1주일이나 2주일 등 합의한 기간 동안 발생한 이용료의 합계를 지불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겨레 기사가 트위터에서 잘못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를 본 일부 언론들은 확인취재 없이 마치 이진원씨가 현금 대신 도토리로 받은 것처럼 보도했던 것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현금 대신 도토리 지급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자,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음원사용료 도토리 지급설이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다른 뮤지션들의 추가 폭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토리 지급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귀결되는 듯 보입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면, 다른 뮤지션들도 분명히 문제제기에 동참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논란은 음반업계 전반의 음원 수익 배분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내 음원 제공 사이트에서 음악을 구매하면 대개 50% 이상을 떼가고, 나머지를 가수와 작곡가 등이 나누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애플 아이튠즈의 경우 애플이 30%를 갖고, 제작자가 70%를 배분 받습니다. 심지어 아이튠즈에서 음악 1곡의 가격은 국내 음원사이트 가격의 2배 정도 됩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해외 뮤지션에 비해 국내 뮤지션들, 특히 인디 뮤지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는 뮤지션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봐도 관람료의 절반은 극장이, 절반은 제작자가 가집니다.

 

심지어 배추 한 포기를 팔아도 농부보다는 중간유통업체들이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이진원씨의 안타까운 죽음의 배경은 창작자나 생산자를 우대하지 않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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