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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복잡해진 IT 셈법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하나금융지주가 24일 오후 2시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한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외환은행의 새주인으로 하나금융이 사실상 확정됐다.

 

최종 인수가격(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은 4조7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23일, 하나금융측은 이사회를 통해 외환은행 인수를 의결한 뒤 오는 25일 금융위원회에 자금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한 지분 승인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복잡한 전개가 예상됐던 외환은행의 인수전은 의외로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IT측면에서는 상황이 훨씬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1지주회사 2은행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명칭을 그대로 존속시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주식시장 상장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2개 은행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IT부문도 완전히 그대로 따르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IT통합보다 훨씬 복잡한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 IT시스템 통합은 없으나 '부분'통합 예상 = 하나금융지주가 밝힌대로 '2개 은행' 전략이 확실하다면, 당초 예상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의 IT통합도 없을 전망이다.

 

현행 금융업무 감독 규정에 따르면, 동일한 금융지주사 산하에 소속돼 있더라도 고객 데이터는 각각의 은행이 서버에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즉, IT시스템도 현재대로 2개 은행 체제로 가야한다.


물론 2개 은행 체제로 가더라도 '부분 IT통폐합'의 가능성은 있다. 예를들면, 하나금융이 기존 외환은행을 존속시키더라도 외환카드는 분리해 하나SK카드와 통합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기존 시스템에서 카드시스템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예상해볼 수 있다.


한편 외환은행, 하나은행 두 은행 모두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한 상태여서 대규모 IT투자 요인은 두 은행 모두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주전산센터)의 경우, 외환은행은 LG CNS의 상암센터에 5년간 상면 임대 계약을 통해 운영중이며, 현재 계약 2년째이다. 하나은행은 경기도 분당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IT통합 논의가 없기때문에 데이터센터의 통합 논의도 당분간은 없을 전망이다.
 
◆IT조직 통합... "가장 어려운 문제" = 하나금융지주의 입장에선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을 하나은행과 물리적으로 합병시키지 않더라도 IT 인력과 조직까지 기존체제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IT인프라는 규정상 통합하지 못하더라도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IT조직은 통합, 운영할 수 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지난 2년동안 기존 하나은행의 IT조직을 그룹내 IT자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로 통합시키는 SSC(세어드 서비스센터)방식의 IT통합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 등으로 아직까지 이러한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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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향후 외환은행의 IT인력까지 하나아이앤스로 통합하는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다. IT인력의 통폐합 문제는 매우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외환은행의 IT인력은 약 310명 수준으로, 하나은행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2011년, IT투자 전략... "선택과 집중"= 하나금융이 단순히 외환은행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우려해 '1지주 2은행 체제'카드를 꺼내들은 것이라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은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논의가 표편화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럴 경우, 두 은행의 2011년 IT전략은 의미가 없어진다. 'IT통합'이 모든 IT과제에 우선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하나금융측이 기존 두 은행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방안을 꺼내들었다면 향후 하나, 외환은행의 IT전략도 각각의 역량에 특화된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서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외환, 국제금융, 해외영업및 점포전략에서 강세를 보여온 외환은행은 그 부문에, 반면 레테일및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해온 하나은행은 그 부문에 상대적으로 특화된 IT투자 역량을 쏟아부음으로써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의 시너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하나, 외환은행의 차별화에 맞는 IT투자를 명쾌하게 구분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사 차원에서의 'IT 컨트롤 타워'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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