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금융회사 IT전략①] 국민은행, IT조직 개편이 최대 현안
- 들어가는 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10년,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스마트'(Smart)란 화두에 깊에 파묻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업종을 가릴것 없이 연초부터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경쟁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또 아직까지는 정제된 모습은 아니지만 소셜(Social) 뱅킹에 대한 관념적 접근이 우후죽순처럼 시도됐다.
'스마트뱅킹(Smart Banking)'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금융권의 도전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2기 차세대시스템, DW(데이터웨어하우스) 전략의 확대, 자본시장통합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자통법 시스템의 고도화,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의 관점의 리스크관리시스템 고도화, IT거버넌스의 강화 등 IT투자전략도 보다 넓은 의미의 '스마트 뱅킹의 고도화' 차원에서 활발하게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현재 내년 IT예산 작업에 한창이다. IT그룹쪽에서는 판관비를 포함해 필요한 내년 IT부문 소요 예산 신청을 마친 상태. 최종 IT예산은 올 연말쯤 확정되겠지만 총 예산 기준으로 약 3900억~4300억원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예년에 비해 전체 IT예산이 약 5%~10%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등 대형 IT사업의 종료와 IT인력 감축 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경우, 내년 IT예산 규모보다는 IT인력및 조직의 재편이 현재로선 훨씬 더 민감한 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IT조직의 변화에 따라 IT투자 전략의 프로세스도 180도 바뀔 수 있다.
어윤대 회장의 취임 이후 KB금융그룹은 대규모 인원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한 기조는 IT부문에도 예외없이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MB의 신임이 큰 것으로 알려진 어윤대 회장의 자신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은행권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개혁이 기존 국민은행의 강점으로 꼽혔던 정서들 마저 급속하게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내년 상반기, 카드시스템 분리및 구축에 역점 = IT부문에선 내년 2월, KB카드 분사에 따른 '카드시스템 구축'이 IT부문에선 가장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이 사업에는 약 48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당초보다 SI(시스템통합) 부문이 상대적으로 커졌고, 하드웨어 장비및 소프트웨어 구매 비중은 좀 줄었다.
KB카드는 IBM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구축되며 내년 6월께 독자적인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국민은행 시스템에서 가동된다. 국민은행 시스템에서 카드시스템을 분리하는 것인 만큼 이 프로젝트에는 주간사인 KB데이타시스템외에 기존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는 SK C&C, 삼성SDS가 참여한다.
이와함께 지난 2008년 자본통합법의 발효에 대비해,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던 CMBS(자본시장업무시스템)프로젝트도 12월중 완료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민은행측은 12월13일을 시스템 오픈일로 정해놓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시기가 유동적일 수 있다.
시스템 오픈에 앞서 국민은행은 기존 시스템에서 가동되고 있는 자본시장 업무시스템과 새로 오픈될 CMBS시스템간의 정합성 분석 등 막바지 테스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국민은행의 CMBS시스템은 지난해말 가동 예정이었지만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해 주사업자 한국IBM에서 SK C&C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일명 '마이 스타')은 올해 2월 설연휴를 통해 개통됐으며, IFRS(국제회계기준) 대응 프로젝트도 일단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지난 6월28일, 오전 11시1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약 2시간가량 인터넷뱅킹 폰뱅킹 자동화기기(ATM), 입출금 등 모든 창구거래가 전산장애로 마비되는 사고를 겪어 명성에 흠이 나기도 했다. 당시 전산사고에 대해 국민은행은 IBM, EMC 두 회사 모두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지만 두 회사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8월초, 국민은행은 IT그룹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한편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서비스는 관련 예적금 상품을 출시할만큼 이미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서비스 모델을 진화시키는 등 '스마트뱅킹'을 위한 전략적 IT투자는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2011년의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증을 동시에 획득하는 등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KB금융그룹, IT조직 개편안 올 연말 확정 = KB국민은행에 있어 가장 큰 IT 현안은 역시 'IT조직 개편안'이다. 이 때문에 사실 다른 은행들보다 국민은행의 2011년 IT투자 전략은 상대적으로 모호하다. KB금융그룹의 IT조직 통폐합 시나리오에 따라 국민은행 IT투자와 관련한 프로세스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지주회사는 지난 9월, AT커니를 선정해 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그룹 전체 IT조직 개편에 대한 컨설팅을 4개월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12월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중간 보고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우리금융그룹처럼 '세어드 서비스 센터'(SSD) 전략에 따라 기존 국민은행의 IT조직을 떼내 KB데이터시스템으로 옮기는 방안을 택하게 될 지, 아니면 지주사 뿐만 아니라 IT조직원들도 동시에 만족할만한 혁신적인 조직 운영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SSC는 'IT자원 공유방식'으로 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의 IT자원을 한데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 데이터센터 통합 뿐만 아니라 인력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않다.
국민은행은 기본적으로 '우리금융그룹의 SSD 모델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기류가 강한 편인데다 은행권 내부적으로도 그 실효성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나아가 'IT조직 개편'은 비단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대형 금융회사들의 공통의 핫이슈이기도 하다. 메리츠금융그룹처럼 애초부터 IT조직을 SSD방식으로 구성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IT조직을 새로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도 '세어드 서비스 센터'는 지난 2000년초, 우리금융에서 실행에 옮겨진 이후 아직까지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
KB금융에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의 IT인력을 그룹내 IT자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로 통합시키는 SSD전략을 지난해 하나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상태다.
한편 AT커니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IT조직을 국민은행 조직에서 떼어낼 경우에는 노조의 반발 등 비 IT적인 변수까지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IT인력은 현재 약 500명선. 최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IT그룹에서도 40명 정도가 옷을 벗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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