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 휴대폰 활성화, 단말기 등록 자율화 ‘시급’
- KISDI, 가입 절차 간소화 및 유통 확대 선결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비 절감을 위해 선불 휴대폰 제도 활성화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를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꼽는다. 선불제 활성화를 위해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등록해 네트워크 연결 여부를 결정하는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자율에 맡기고 문제 있는 단말기만 차단하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부연구기관을 통해 제기돼 주목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 및 통신사업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방석호)은 ‘방송통신정책(제23권 5호)’을 발간하고 ‘초점: 선불 이동전화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선불 이동전화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입절차 간소화, 유통확대, 요금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불제는 통화 요금은 비싸지만 기본료가 없어 소량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다. 국내 이용자는 작년 말 기준 70만명 안팎이다. 해외에 비해 전체 가입자 중 비중이 매우 낮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통신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ISDI 윤두영 통신정책연구실 전문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블랙리스트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해외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화이트리스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단말기와 분리된 이동전화 본연의 서비스 시장경쟁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블랙리스트 제도를 명문화해 단말기와 관련한 경쟁제한적인 요소를 불식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단말기 고유번호인 ‘국제 모바일 기기 식별코드(IMEI)’를 지닌 단말기는 모두 무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도난, 분실 등 부정 이용과 연관된 단말기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무선망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IMEI를 이동통신사가 직접 관리하며 국내 사업자를 통해 출시된 단말기를 정상적인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 접속에 한해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IMEI가 등록돼 있지 않으면 유심 및 가입정보가 정상이어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
윤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CDMA에서 WCDMA로 넘어오면서 기술적 차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로 인한 폐해는 선불 이동전화 활성화에 대한 제약 요인으로 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과 이동통신 서비스업의 유착을 강화하고 우리나 단말기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선불제 활성화 조건으로 ▲가입 절차 간화 및 유통 확대 ▲저렴한 선불요금제 도입 ▲이용 편의성 증진 ▲번호이동성 시행 ▲가입자당 회선 수 제한 폐지, 소액 충전 가능, 충전액 유효기간 확대 등 선불제 본연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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