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차세대’ 사라진 금융IT 시장… 올해 상반기 어땠나?

박기록 기자

- [기획①] '차세대 시장 공백 크지 않았지만 IT고도화도 크게 활발하지 않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올해 초, 금융IT 업계의 시장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차세대프로젝트의 공백으로 국내 금융IT시장도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차세대 때문에 미뤄왔던 고도화 프로젝트가 활성화됨으로써 오히려 시장의 질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6월 중순으로 접어든 현재까지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두 가지 예측은 모두 조금씩 빗나갔다.


차세대시스템 공백은 그리 크지 않았고, 반면 기존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고도화 프로젝트 또한 기대했던 것 만큼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차세대사업을 대신해 모바일뱅킹, 모바일 오피스를 위시한 '스마트 금융', 대용량 데이터를 관리하고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한 DW(데이터웨어하우스)프로젝트들이 다수 발주된 것이 주목할만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핵심 테마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현대캐피탈 해킹사고과 농협 전산마비 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는 당초 예정됐었던 '고도화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물론 결과적으로 금융IT시장에 우려할만한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디지털데일리>는 3회에 걸쳐,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 나타났던 변화와 의미를 되짚어보고 올해 하반기 금융IT 시장 전망을 해본다.<편집자>      


◆'차세대'사업 공백... 예정됐던 '시장 위축' =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공백상황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됐던 이슈였다. 예년에 비해 금융 IT시장의 활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양새다.   

 

물론 올해 초에도 전북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과 2금융권,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에서 여전히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간헐적으로 발주됐지만 금융IT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테마로서의 위용은 사라진 상태다.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대신해서 금융권에서는 크고 작은 IT고도화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지만 외형적인 사업의 규모만 놓고 본다면 차세대 프로젝트에 비할 바가 못된다. '차세대 프로젝트'는 IT각 부문별로 상당히 광범위하게 수요가 유발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자체가 가지는 매력은 분명하다.  

 

다만 이같은 금융 차세대 프로젝트의 공백기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빠르면 내년부터 다시 '2기 차세대' 논의로 점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2기 차세대'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IT비용이 한꺼번에 지출되는 빅뱅(Big Bang) 방식으로 채택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T혁신이 필요한 부분만 우선적으로 손을 대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차세대로 인해 금융 IT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금융권 차세대 사업과 관련, 금융IT업계의 관심은 기업은행의 '포스트 차세대', 농협중앙회의 보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맞춰져 있다. 

 

기업은행이 올해 하반기에 본격 착수하게될 '포스트 차세대' 사업은 기존 차세대시스템에서 미처 구현하지 못했거나 상당한 보완이 필요한 최신 IT혁신 과제들을 중심으로 전산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장기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IT예산이 포스트 차세대를 구현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포스트 차세대'프로젝트는 지난 2000년대 중반께 차세대시스템으로 이행한 금융회사들이 검토하고 있는 '2기 차세대'사업과 시기적으로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농협의 신보험시스템 프로젝트는 사업의 규모와 성격, 국내 보험업계의 시스템 업그레이드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협법의 개정으로 신용-경제사업 분리와 함께 농협이 내년 3월부터 독자적인 보험사업(NH보험)을 펼치게 됨에 따라 이에 필요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졌다. 

 

당초 농협은 올해 5월쯤, 신보험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중 시스템 가동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초 발생한 농협 전산마비 사태를 수습하느라 신보험시스템 프로젝트가 발주되지 않았다. 물론 차세대시스템 성격의 '신보험시스템' 구축 과는 별개로, 내년 3월 NH보험 출범에 맞춘 기본적인 업무시스템은 예정대로 가동된다.


이와 관련 농협 IT정보분사 관계자는 "신보험시스템 사업은 올해 3분기중 발주될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고, 금융 IT업계 관계자들도 7~8월중 이 사업과 관련한 RFP(제안요청서)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이미 '2기 차세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입장을 밝혔던 산업은행, 교보생명의 행보도 관심사였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존과 비교해 뚜렷한 입장의 변화는 없었다.

 

업은행의 경우 이미 지주사 전환에 앞서 '2기 차세대'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IT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 뱅크' 변수가 이미 돌출돼 있어 올해 하반기에도 사업추진이 본격화 될 지는 미지수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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