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국내 슈퍼컴 육성,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가 발표됐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을 보유하면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일본이 7년 만에 1위 타이틀을 되찾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 등의 슈퍼컴은 20위권을 지키는데 그쳤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미국에 이어 제2의 슈퍼컴 강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직접 제작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중국은 그 위상을 나날이 높여나가고 있다.

물론 슈퍼컴퓨터 순위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팅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된다면 이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슈퍼컴퓨터는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해주는 기계가 아닌, 한 국가의 성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슈퍼컴퓨터는 우리 주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나 휴대폰 개발부터 석유탐사, 암호해독, 기후예측, 경기 변동 예측, 금융 상품 설계까지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술, 핵심 부품 소재를 만드는 데에 주로 이용이 되고 있다.

국가 연구기관이나 기업에 이 같은 제품(혹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실제 실험을 하는 대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림으로써 시간과 자원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슈퍼컴을 통한 핵심 연구 개발을 통해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한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슈퍼컴퓨팅 파워의 중요도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의 국내 슈퍼컴퓨팅 육성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 몇 년 간 계속 높아져왔고, 결국 지난달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법은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 관리,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 국가안보, 과학기술 혁신 등을 위한 첨단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초고성능 컴퓨팅센터 설립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게 됐다. 또한 이러한 계획 수립을 담당할 국가슈퍼컴퓨팅위원회도 설치된다.

그러나 단순히 법안이 제정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슈퍼컴퓨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단순히 예산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연구‧개발하는 인력과 그 저변을 확대시키고 올바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국가 슈퍼컴퓨터 육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정부의 기본 계획이 뚝심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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