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더블딥 공포 현실화… 하반기 IT시장에 ‘먹구름’ 끼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미국의 경제가 다시 장기 침체로 돌아서는 현상, 이른바 ‘더블 딥’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IT산업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무려 전일대비 512 포인트, 나스닥(Nasdaq)은 136포인트 넘게 각각 폭락하면서 사실상 앞날을 점칠 수 없는 패닉 상태로 빠져 들었다.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또 다우지수 9일 연속 하락한 것은 30년만이다.
그동안 거침없는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려왔던 미국의 IT기업들도 위기의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이날도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소식을 비중있게 전달했다. 이날 미국 주요 IT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폭락했다. IBM의 주가는 전일대비 4.11%하락한 171.48달러, 인텔의 주가는 전일대비 4.04% 떨어진 20.85달러로 마감했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7월 제조업 지수는 50.9로 전월(55.3)에 비해 크게 하락해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현재 진행형임이 확인됐다.
한편 우리나라도 4일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46포인트 하락한 2022에 마감함으로써 3일 동안 무려 15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더블딥 공포가 확산될 경우 우리 IT산업은 물론 올 하반기 국내 IT시장의 활력을 크게 반감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T 대표기업들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우려 = 미국은 ‘경기침체’, 유럽은 ‘재정위기의 재발’ 이라는 대형 악재가 돌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이 조기에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가전 등 이들 지역에서 수출 비중을 확대해 온 우리 나라 대표 IT기업들의 고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부각된 이후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IT 관련주들은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4일에도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44% 하락한 82만1000원에 마감했고, LG전자도 7만3200원(–5.06%), 삼성SDI는 16만원(-2.14%), LG디스플레이 25만400원(-3.61%)으로 각각 후퇴했다.
또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IT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1400원으로 형성되는 등 수출 가격 경쟁력의 확보로 삼성, LG전자 등이 일본 기업들을 압도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원-달러 환율은 1000원 붕괴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에 주요 수출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환리스크에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IT시장 침체, IT업계 “하반기가 걱정” = 경기침체가 기업들의 IT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은 이미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그에 앞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경험한 바 있다.
실제로 2008년말 금융위기 당시 국내 IT시장을 견인하는 금융권의 경우, IT투자 예산을 40%~50%까지 삭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내 IT경기 회복을 위해 2009년부터 공공부문 IT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도록 하는 등 안간힘을 써야했다.
2008년 당시 국내 금융권의 총 IT예산(투자예산 기준)은 2조4000억~2조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었지만 그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4분에 예정됐었던 IT투자가 보류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그해 국내 금융권 IT시장 규모는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후퇴한 상황에서 종료됐다.
문제는 당시 보다 전반적인 IT시장 침체 상황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경우, 당시만하더라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등 대형 IT사업이 비교적 활발하게 발주됐던 상황이어서 2009년, 2010년에는 급격한 IT투자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간헐적으로 발주되는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시장을 견인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이를 대신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뱅킹을 비롯한 스마트뱅킹 투자 수요가 꾸준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사업규모가 50억원 미만이어서 IT업계를 흥분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때 주목받는 IT품목은? ‘클라우드’ 에 초점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목을 받았던 IT품목중 하나는 ‘가상화’기술이었다. 가상화 기술은 기존의 IT자원의 활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IT장비에 지출을 줄이고 시스템 관리 업무의 혁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2009년부터 기업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 은행권과 증권, 보험 등 2금융권에서 가상화 프로젝트에 단계적으로 착수해 IT비용절감 효과를 보았다. 일부 금융회사는 향후 스토리지 가상화 등 핵심 업무를 대상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가상화에서 보다 더 확대된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인데 아직 금융권에서는 보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를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운영 전략 및 비용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인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사이버 브랜치 프로젝트 등 일부 IT사업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금융권이 투자를 제한적으로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관심을 받아왔던 ‘모바일’ 투자도 대규모 비즈니스 창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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