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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 인수한 구글, 애플처럼?…스마트폰·태블릿 경쟁 ‘오리무중’(종합)

윤상호 기자
- 모토로라, 안드로이드 3강 진입 ‘청신호’…안드로이드 제조사 지형 변화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을 주도한 구글이 직접 단말 사업에 뛰어든다.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OS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면서 구글이 어떤 식으로든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1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보고서를 통해 “구글이 OS와 사용자환경(UI) 등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더 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안드로이드 OS의 전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은 47.7%다.

◆구글,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15일(현지시각) 구글은 모토로라모빌리티홀딩스로부터 지난 12일(현지시각)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종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한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와는 별개로 안드로이드 OS와 생태계는 열린 정책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모토로라모빌리티를 별개 회사로 유지한다. 이 인수 절차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올해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특허 공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모토로라는 통신기술 관련 특허 보유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1만5000여개에 달한다.

◆모토로라 특허 1만5000개, 안드로이드 소송 ‘호재’…제조사간 소송 여파 ‘제한적’=하지만 안드로이드 자체에 대한 공격이 아닌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대한 영향은 미지수다. 구글이 다른 제조사를 위해 모토로라의 특허를 공개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이미 제조사간 소송은 기술이 아닌 디자인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판매 중단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에 대한 애플의 문제제기는 기술이 아닌 디자인이었다.

구글은 이번 인수와는 별개로 다른 단말 제조사에 OS를 공개하는 정책은 유지한다. 그러나 모토로라의 단말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OS 개발부터 협력키로 해 안드로이드 제조사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안드로이드의 대표 주자로 인식돼 온 삼성전자와 HTC다.

◆안드로이드폰 대표, 삼성전자·HTC ‘악재’=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선두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폰의 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1년 만에 세계 2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2000만대 안팎. 이중 안드로이드폰은 90% 정도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시장 5위인 HTC도 안드로이드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이 자리는 모토로라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제품 개발기간을 고려하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다. 2012년 하반기에는 안드로이드폰 선두를 놓고 모토로라가 삼성전자와 HTC와 경쟁을 하는 구도가 그려진다. 안드로이드폰의 표준이 되는 레퍼런스폰을 모토로라가 제작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점유율을 늘리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구글도 어느 한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가 지배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이와는 별개로 초기 시장인 태블릿 시장 등 스마트폰 외의 새로운 단말기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구글이 기존 제조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모토로라 단말기 사업 분야를 키우려면 최대한 충돌을 피해 다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은 태블릿용 3.0버전(허니콤) OS를 발표할 당시 모토로라 ‘줌’으로 시연을 하는 등 태블릿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보다는 모토로라에 힘을 실었었다. 또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아직 애플의 ‘아이패드’에 비해 갈 길이 멀다.

◆구글, 스마트폰 1위보다 태블릿 등 새 시장 1위 노릴 가능성 ‘제기’=구글이 검색 광고 등을 통해 커진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안드로이드의 가능성을 보여줘 단말기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를 비롯 해외 제조사도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특허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구글이 애플의 길을 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OS 단말 개발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사이익이 예견된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구글이 애플 같은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특허 공세에 모토로라를 활용하기 위해 인수를 한 것 같다”라며 “모토로라의 단말기 기술력은 스마트폰 보다는 태블릿PC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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