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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도 내던진 ‘성장정체’ PC 사업… 삼성은 신생기업처럼 ‘초고성장’

한주엽 기자
- 매년 40~60% 초고성장… 올해 PC 판매량 1300만대 상회할 듯
- HP PC사업부문 유력 인수 업체로 부각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 PC 사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기 불안에 따른 수요 약세와 태블릿의 시장 잠식으로 글로벌 PC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마치 신생기업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PC 판매량은 650만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500만대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PC를 판매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연간으로 1300만대 판매를 무난하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부 내에선 1500만대 이상 팔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보급형 노트북 모델군인 시리즈3를 새롭게 출시해 글로벌 PC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아울러 9월 중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윈도8이 탑재되는 차세대 PC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매년 40~60% 초고성장… 놀라운 PC사업 성장세

삼성전자 PC 사업의 성장세를 본 업계 전문가들은 “놀랍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2007년 260만대, 2008년 360만대, 2009년 660만대의 PC를 판매하며 매년 40~60%씩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PC 판매량 10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전 세계 10위권 밖이었던 PC 판매 순위는 8위까지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는 “넷북 판매량이 꺾이면서 올 상반기 삼성전자 PC 사업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모델군을 다양화한 덕에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며 “글로벌 PC 업체들 가운데 이 같은 고성장세를 유지하는 곳은 중국의 레노버와 미국의 애플, 한국의 삼성전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2분기 조사 자료에 따르면 PC 1위 업체인 HP와 2위 델의 성장세는 시장 평균 성장률(2%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한때 델의 자리를 꿰 찼던 대만 에이서는 태블릿의 영향으로 넷북 판매가 꺾이자 2분기 전체 PC 판매량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0%나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다.

글로벌 PC 업체들은 이처럼 사업 성장세가 정체되거나 역성장세를 기록함에 따라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HP는 최근 인수합병(M&A)를 고려해 PC 사업부문을 분사키로 결정했으며 델도 일찌감치 “우리는 PC 업체가 아니다”라며 서버 등 기업 시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이서의 경우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CEO를 교체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HP PC사업부문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내에서 PC 사업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쇼에서 “PC는 고성장 산업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내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업”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PC 사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가 꼽힌다. 첫째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인 공급망관리(SCM) 혁신 기법 도입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제품 공급 약속을 철저히 지켜내고 유통 고객과 신뢰를 쌓았다. 물류 비용 및 재고 일수를 크게 줄여 수익성도 확보했다. 최지성 부회장, 윤부근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내에서 경영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로 꼽히는 남성우 IT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이 이 같은 혁신을 주도했다.

둘째 제품 혁신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슬림형 노트북 ‘시리즈9
은 미국 컨슈머 리포트지에서 애플의 맥북을 누르고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 제품은 MS 직원들의 기자재로도 공급되고 있다. 그간 MS는 HP·델·레노버·도시바의 노트북을 직원 기자재로 공급받았으나 시리즈9의 제품력을 우수하게 평가해 최근 삼성전자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업체의 직원들이 국내 PC 제품을 기자재로 사용하게 된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격적으로 PC 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를 HP가 분사시키기로 한 PC사업부문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IDC의 발표를 인용해 “레노버와 함께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HP PC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 즉시 글로벌 1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고 인수 가능성을 점쳤다.

HP는 한 해 6000만대 이상의 PC를 판매한다. 삼성전자가 M&A를 성사시키면 연간 7000만대 이상의 PC를 판매하는 초대형 PC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자체 소화하는 반도체·LCD 구매량도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HP PC사업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팜의 웹OS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미 올해 초 HP가 PC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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