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확률형 아이템, 게임업계 자율 규약은 있건만...

이대호 기자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최근 확률형 아이템이 업계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민원이 잇따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제에 나선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장치입니다. 프로그램이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어 도박형 아이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확률형 아이템 무엇이 문제인가

이에 앞서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 게임위)가 사전 조사에 나섰습니다. 관련해 20일 게임위가 ‘확률형 아이템의 현황’을 주제로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날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책은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업계 현황만 파악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캡슐, 뽑기, 상자 아이템 등으로 업계에 만연해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희귀 아이템이 나온다거나 일반적 게임 진행으로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게임사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벤트는 자제력이 약한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캐시투입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와 관련해 문화부와 게임위 등에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일명 ‘꽝’이 나와서 재산상의 손실이 있다면 사행행위 모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꽝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게임마다 경제시스템이 다르고 보상도 천차만별이라 어느 선에서 사행성 조장 유무를 판단할지 정하기가 난감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네요. 게임위의 행정처리 기간을 악용해 치고 빠지는 식으로 확률형 아이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인데요.

위 그림을 보면 2009년 12월 31일 이벤트 시작과 동시에 게임위에 내용수정신고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게임위의 재분류 통보∙접수기간 동안 이벤트가 진행되다 등급결정이 되기 전에 이벤트를 끝냅니다. 이럴 경우 게임위 조치가 무의미해집니다.

이 부분에서 게임위의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수정신고가 사후신고인데다 행정처리 기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즉각 대응이 어렵다고 하네요.

게임위는 현 상황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즉각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행정규제라는 업계 반발에 내부지침으로만 쓰고 있는 실정이네요.

◆ 확률형 아이템, 업계 입장은

올해 7월 20일 게임위가 확률형 아이템 운영 관련해 주요 10개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해당 업체들이 모두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업계가 게임위의 요청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게임위는 지난 8월 5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주요 10개 게임사들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등급분류기준 연구 등을 위해 현황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업체명과 게임물명이 나와있는 위 그림이 조사결과입니다. 

조사내용은 아이템명, 유∙무료 판매여부, 판매금액, 당첨아이템의 기능, 금액가치, 당첨아이템의 확률, 유저이용수 등으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조사했지만 원하는 자료를 모두 얻지는 못했다”며 “업계가 1인당 최대이용건수를 기재하지 않았는데 로그기록 등과 연계돼 있어 회사 고유의 영업비밀 관련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운영에 대해 주요 10개사는 “게임물 유통질서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는 사항으로 사행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 업체들은 “2008년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마련한 ‘확률형 유료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을 성설히 이행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달했습니다.

◆ 게임업계가 내세운 자율준수 규약, 실효성은 있나

그렇다면 게임업계가 2008년 내세운 ‘캡슐형 유료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은 실효성이 있을까요.

결론만 말하자면, 이 자율준수 규약은 사(死)문서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가 마련한 자율준수 규약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자율모니터링 기구를 통해 정기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명기돼 있습니다.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상설 모니터링 기구를 설치한다는 문구도 있네요.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모니터링 기구는 없다”며 “현재 업체들이 자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국장은 “2008년 이후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변화했다”며 “지금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 문화부와 협의를 해서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가 나서서 이 같은 규약을 마련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영위를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서비스에 스스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이네요. 둑의 조그만 구멍이 결국 둑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게임위 이수근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비즈니스 모델에 왜 관여하느냐는 것이 게임업체들 입장이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일부이자 게임 안에서 기능하고 작용하기 때문에 게임위가 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대호 기자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이대호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