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단말기 조달·LTE도 서비스…가격 아닌 콘텐츠로 승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시장에 제대로 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SKT-KT-LGU+의 3자 구도를 깨트릴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거론됐던 CJ그룹이 이동통신업에 진출한다.

CJ헬로비전과 KT는 12일 사업협정을 맺고 MVNO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단순히 MVNO 사업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다른 MVNO 사업자들의 사업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CJ헬로비전 이외에 CJ그룹의 모든 콘텐츠가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막강한 콘텐츠 그룹 CJ, 이동통신 시장판도 흔들까=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은 "KT는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원한 것이 아니라 CJ를 원한 것"이라며 "CJ가 갖고 있는 콘텐츠, 생활문화를 모바일에 접목시키겠다는 의지가 맞물려 협력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동식 사장은 "CJ헬로비전 역시 단순히 MVNO를 통해 TPS, QPS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CJ그룹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 전혀 다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콘텐츠 그룹이다. 케이블TV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플랫폼 사업자 CJ헬로비전을 비롯해 영화, 음악, 공연, 게임, 방송 등이 총 망라된 전문 콘텐츠기업 CJ E&M을 보유하고 있다. 보도기능만 확보되면 지상파 방송 이상의 파괴력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시장이 포화됐고, 후발사업자이지만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N스크린 등에서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깃도 선불, 틈새시장, 저가시장이 아니다. 기존 이통3사와 정면 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통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이외에 국내 제조사로부터 자체적으로 단말기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변동식 사장은 "단순히 저가 MVNO 보다는 시장을 세분화해 이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스마트폰은 물론, KT의 LTE 서비스 일정에 맞춰 LTE 서비스도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SKT 아닌 KT?…범케이블TV 연합 물건너가나=변동식 사장은 KT와의 협력 배경에 대해 "SKT 수준의 도매대가로 비즈니스는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볼륨 디스카운트 등 조건이 좋았고 KT가 CJ그룹의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협력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이 KT와 손을 잡으면서 케이블TV 진영은 비상이 걸렸다.

현재 티브로드가 최대주주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망의무제공사업자인 SKT와 손잡고 선불 MVN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CT는 다음 달 후불, 내년 번호이동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티브로드 이외에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과거 인터넷전화 사업 때처럼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CJ헬로비전을 비롯해 주요 MSO들이 KCT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이 SKT가 아닌 KT와 손을 잡으면서 범케이블TV 진영의 이동통신 사업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범케이블TV 진영의 공동 이동통신 브랜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CJ의 독자행보 선언으로 케이블TV 진영의 이동통신 사업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CJ헬로비전은 내년 1월부터 후불 및 번호이동이 가능한 이통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3G는 물론, 4G LTE 서비스도 KT의 서비스 일정에 따라 제공할 계획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