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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소액결제시장… 결국 통신업체간 ‘큰 싸움’으로 번질까

박기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정부가 신용카드 1만원 이하 소액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외식업체 등 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음식업중앙회라는 단체는 오는 18일 '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를 열고 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소 상인의 가맹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은 ‘요즘 누가 현금 결제하나, 중소 상인을 위한다면 가맹점 수수료나 내려라’는 주장입니다.

 

소비자들도 비판적입니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는 이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시작됐습니다. ‘이 법안이 괜한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같은 ‘소액결제’ 논란과는 전혀 별개로, 만약 정부의 안대로 법안이 발효된다면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몇 가지 상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발효된다면 그동안 신용카드가 대부분을 차지했었던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시장은 말그대로 무주공산이 됩니다. 그러나 시장 공백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황금시장을 놓고 금융권, 통신회사, 기타 전작금융결제서비스 업체들이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으나 자본력을 앞세운 신용카드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소액결제시장이 무주공산이 된다해도 정복하기에는 여전히 높은산입니다.

 

◆현금결제로만? “불편해”....전자화폐, 휴대폰결제 강화 예상 = 신용카드가 소액결제 사용에 제한을 받게된다면 당장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전자화페입니다. 전자화폐는 미리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선불식(충전식) 지불수단이죠.

 

이미 10여년전부터 다양한 전자화폐 모델이 제시됐고, IC칩에 기반한 만큼 보안성도 뛰어나 결제 프로세스에 있어 기술적인 하자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교통카드로 주로 쓰이고 있는 ‘티머니(T-money)’가 대표적인데요, 티머니는 서울 지역에서 교통카드(버스, 택시)로 사용되고, 훼미리마트 등 편의점 등 일부 유통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전자화폐에 20만~30만원을 미리 충전시켜놓고 교통요금 외에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을 이용하는 데 사용한다면 현금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전자화폐 결제단말기의 보급이 문제입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몬덱스, 에이캐시, 브이캐시 등 나름대로 화려한 전자화폐 브랜드가 출범했지만, 결국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가장 큰 이유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가맹점 단말기의 확산에서막혔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소액결제시장이 다시 열린다하더라도 쉽게 답을 찾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다만 시중에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 전자화폐 결제도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단말기도 나와 있고, 비용도 과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전화기에 IC카드 리더기를 부착, 집에서도 계좌조회ㆍ이체 등의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ATM폰을 출시했습니다. 특히 이 인터넷전화기는 은행에서 발행한 전자화폐인‘K-캐시’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전화기가 기존 결제용 단말기를 만족할만하게 대체하는 수단은 아닐지라도 저비용 해법을 찾으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쥐꼬리만한 결제수수료를 받아서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은 가맹점에 보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전자화폐가 물리적인 결제인프라의 확충이 불가피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또 다른 소액결제 수단인 휴대폰 결제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결제도 이미 그 결제 모델은 10년 전부터,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통신요금 후불 합산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써 제시됐습니다만 소액결제시장에서 주류로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비스에 하자가 있었다기 보다는 오프라인 소액결제시장에서의 주류, 즉 결제 문화의 주도권은 여전히 후불식 신용카드가 쥐고 있었습니다.

 

◆NFC에 주목…결국 ‘큰 싸움’ 불가피 = 결제 방식의 편리성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전히 '외상'거래인 신용카드 방식이 가장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제외한다면 결국 보다 편리하고, 보다 기능이 풍부한 선불식 결제수단의 출현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주요 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다양한 결제서비스들은 그런점에서 눈여겨 볼 사안입니다.

 

물론 이런 결제서비스들이 1만원 이하 소액결제서비스 시장을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닙니다. 소액결제시장 공략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KT는 지난 8월, 전국 GS25 4100개 편의점과 서울 및 수도권 1100개 GS주유소를 시작으로 ‘쇼터치(SHOW Touch)’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십칩에 다양한 멤버십카드, 쿠폰, 신용카드, T머니 등을 저장해 상품 결제시에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에 각종 멤버십, 포인트 카드와 할인쿠폰을 각각 50장까지 동시에 저장됩니다.


앞서 지난해 KT는 한국스마트카드·티모넷과 공동으로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T머니 애플리케이션인 ‘KT T머니’를 개발, 스마트폰에서도 T머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미 휴대폰에 전자화폐(T머니) 기능을 내장시킴으로서 소비자의 불편을 줄였습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T머니를 충전할 수 있으며 잔액 확인 및 이용가맹점 조회도 이전보다 더욱 편리해 졌습니다.

 

소액결제 앱을 통해 전자화폐 등 다양한 선택적 결제기능 뿐 아니라 멤버십 적립과 쿠폰할인 등 수많은 기능도 동시에 제공됩니다. 이같은 스마트폰의 결제기능의 고도화는 궁극적으로 향후 소액결제시장 경쟁시 시장 지배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KT가 소액결제시장을 노린다면 기존 신용카드 가맹점 확산 전략에서 전자화폐 등 선불카드 가맹점까지 포함시키는 전략으로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깨알같이 많은 단말기의 보급도 뒤따라야 합니다. '쇼터치' 서비스의 경우, KT는 기존 1만3000곳 이상의 전국 제휴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3만개 이상의 제휴 가맹점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최근 스마트폰 기반의 결제서비스와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역시 NFC입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NFC(근거리 무선통신)는 13.56㎒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약 10㎝의 근거리에서 기기 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입니다. 

 

NFC에 기반한 소액결제시스템은 보안성 문제 등에서 기존 무선 결제방식보다 훨씬 강화되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습니다. 또한 과거 IC칩 기반의 접촉식 결제단말기에 대한 부담도 없앨 수 있습니다. 

 

특히 NFC는 모바일 결제와 연계된 다양한 응용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창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SK플래닛은 제휴 매장에서 멤버십 카드 기능을 하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인 '스마트 월렛'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에는 NFC 기술을 적용됐습니다. 가맹점 매장에서 NFC 태그가 부착된 인쇄물에 스마트폰을 대면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모바일 멤버십을 바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액결제시장에서 신용카드가 빠져나간다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합니다. 현재로선 '탈통신'전략이 화두인 통신사들이 가장 먼저 그 자리를 노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소액결제시장이 열리게 된다면 특별히 눈길을 끌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업체만이 자신있게 드라이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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