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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지경부의 ‘자가당착’과 공공 보안관제 ‘역풍’ 우려

이유지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지식경제부가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에 따라 대기업의 공공사업 전면제한 방침을 발표한 이후 보안업계가 난데없이 혼란에 빠졌다.

이 전략이 발표된 것과 비슷한 시점인 10월 말에 정부·공공기관의 보안관제 운영을 지원·담당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보안관제전문업체’가 지정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1호로 지정된 12개 보안관제 전문업체에는 삼성SDS, LG CNS, 롯데정보통신, 한전KDN 등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앞으로 공공 IT서비스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SK C&C의 자회사인 인포섹도 보안사업을 전문적으로 해온 기업이지만, 여기에 해당된다.

관건은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보안관제 용역, 위탁운영 등 관련사업에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보안관제서비스가 지경부의 대기업 전면 제한 방침에 따른 IT서비스 즉, SI 사업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전문업체 지정으로 앞으로 공공분야 보안관제 사업은 전문업체들만이 참여할 수 있게 돼, 보안관제서비스의 해당 여부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보안관제전문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관제전문업체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등 혼란스런 모습이다.

더욱이 지경부는 ‘국방·국가안보 등 불가피한 경우 및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보안이 국가안보와 관련돼 있으므로 보안관제 역시 사업 참여 제한 범위에서 예외될 것이란 예측도 낳았다.

실제로 보안관제는 각종 침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되는 공공기관 보안관제센터에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서비스이다. 결국 대기업은 예외를, 중소기업은 적용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어느쪽으로 결정되더라도 양쪽다 불만은 터져나오게 돼 있다.


일단 보안관제전문업체가 지정된 후, 이달부터 발주되기 시작한 공공 보안관제 관련사업 대부분은 입찰참가자격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제24조 2)와 지경부 고시에 따라 정한 ‘대기업인 소프트웨어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 준수가 명시됐다.

이 고시를 적용하면 매출액 8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40억원 이상의 사업에만, 매출액 8000억 미만인 대기업은 20억원 이상의 사업에만 각각 참여할 수 있다. 해당되는 대기업 보안관제전문업체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내년에는 하한 규모가 각각 두배씩 올라간다. 문제는 그 이후다. 법 개정 등으로 대기업의 공공 IT서비스 사업 전면제한이 시행되면 사실상 전문업체여도 대기업에 해당되는 업체는 사업에 전혀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발주된 보안관제 사업 입찰자격 제한에 이 고시가 적용된 상황을 근거로 삼으면 보안관제 사업은 보안컨설팅과는 달리 IT서비스로 분류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보안관제전문업체로 지정된 대기업은 1년 뒤에는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보안관제전문업체 지정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실적 등이 필요하다. 매년 사후관리 심사를 받아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받도록 의무화돼 있다. 만일 한번 지정이 취소되면 2년 간 재지정 받을 수도 없다.

물론 지경부는 제도 간 충돌이나 보안관제전문업체 지정제도 운영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제도 자체의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각 마련된 소프트웨어 산업정책과 보안관제 전문업체 지정제도가 결부되면서, 지경부는 스스로 ‘자가당착’ 구덩이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어떤 방법으로 지혜롭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의 발전과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들고 나온 대기업 IT서비스의 공공시장 퇴출이라는 초강수 정책이 실질적으로 중소업체들에게 도움이 될런지 의심스러워 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준은 있다. 보안관제 전문업체 지정 제도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위한다는 명목도 동시에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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