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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지만 앞선 넥슨의 기자회견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8일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가입자정보 유출에 대한 경위와 이후 진행상황, 향후 대책을 설명하고자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넥슨이 기자회견을 마련한 주된 목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이용자들의 불만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일 것이다. 바로 해명을 위한 자리였던 셈.

넥슨 서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침해사고 이후 초동대처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까지는 좋았다.

이날 넥슨은 내년 1분기까지 로그인 보안 강화 수단 도입, 2분기까지 넥슨 통합 멤버십 체계 구축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보안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보안관제센터(가칭)를 구축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넥슨의 향후 보안대책의 선언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져도 “보안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한다. 더 많이 투자하겠다”는 답변만 이어졌다. 얼마나 투자를 늘릴 것인지 몇 명을 더 뽑을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수치의 공개도 없었다.

또 넥슨이 자체 진행 중인 침해사고 조사 현황이나 어떤 보안 솔루션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문의 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지금 언급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기자들의 날선 질문에도 두루뭉술한 답변만 이어지자 급기야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에는 “기자회견을 왜 개최했나. 이해가 안 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당시 자리에 있던 대다수의 기자가 이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공개된 사항 중 실질적인 보안대책은 28일 시행되는 게임 아이템 혜택을 통한 비밀번호 변경 유도 정책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의 이번 해킹 사고에 업계 이목이 쏠려있다. 업계 1위 넥슨의 보안대처에 따라 게임업계의 대외 이미지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가입자 1800만명의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형 침해사고다. 개인정보에 둔감할 수 있는 저연령층 이용자가 많은 게임이라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늘 기자회견처럼 넥슨은 의지만 앞서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구체적 계획도 없는 내년도 사업보다 이번 침해사고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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