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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트워크 산업을 살리자” 업체들 돌파구 찾기 나서

이유지 기자

- 산업 기반 강화할 법제도·정책지원 필요, 기업간 협력·신규 모델 발굴 노력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이대로 가다간 국내 네트워크 산업은 고사될 수 있다.”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지속적인 침체로 위기감이 크게 팽배해지면서, 관련업계가 돌파구 모색에 전면 나섰다.

시스코 등 외국기업에 국내 시장을 대부분 내주고 있고, 중계기나 전송망·워크그룹 스위치 등 활성화돼 있던 일부 장비업계도 융합화가 가속화되고 스마트 서비스, 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1일부터 이틀 동안 ‘대한민국 네트워크 산업 살리기’를 주제로 경기도 이천 미란다호텔에서 ‘네트워크 산업 활성화 전략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활성화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 발표자로 참여한 이경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전문위원은 “네트워크 산업은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스마트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 핵심 SOC(사회간접자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와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산업기반을 강화하고 업계가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를 비롯해 지식경제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관계부처·기관 등과 더불어 의견을 취합해 내년 초까지 네트워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현종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BcN(광대역통합망) R&D 기획 PD도 “기술집약적인 네트워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IT강국 실현은 요원하다”며, “정보통신 불모지에서 TDX, CDMA, WiBro, LTE 신화를 만들어낸 저력을 갖고 있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자본과 브랜드가 열세함에도 일부 국산 장비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현 PD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커 국산 장비 경쟁력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고, 중소기업 간 R&D(연구개발), 마케팅, 부품조달 협력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경쟁력 저해요소를 꼬집었다.

이어 “수요자의 글로벌 기업 브랜드 선호나 국산 장비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과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PD는 우선 국산 장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2012년 지식경제 BcN R&D 분야에서 네트워크 대용량화, 융합 및 지능화 추세에 맞게 국산 장비 주력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산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혁신제품' 개발과 '원천기술' 개발 과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선행기술 탐색이나 시제품 제작이 혼재된 어중간한 성격의 R&D는 지양한다는 것이다.

산업계 입장에서 발표를 담당한 정종민 에치에프알 사장은 네트워크 산업의 현재를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내 기업은 해외 시장에 참여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며, 작년과 올해 네트워크 시장이 급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기회를 잃고 있고, 수주·저가낙찰형 사업으로 수익과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CDMA 개발 이후로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던 이동통신 분야 기업들도 LTE가 추진되면서 연간 수천억씩 생겨나던 장비 시장에 주요하게 참여할 방안을 찾지 못하는 등 한계에 봉착하고 있고, 중계기나 가입자망 장비 수요도 점점 줄어들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전략적 혁신과 함께 작은 물고기가 모여 큰 물고기에 대항하는 피시볼처럼 우리 중소기업들이 부품, 모듈, 시스템, 운용관리 소프트웨어, 사업자 현장 정보 등 생태계 내에서 기업들이 신뢰에 기반한 협력으로 글로벌 기업에 경쟁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김철수 인제대 교수의 사회로 이어 진행된 ‘네트워크 산업 살리기 대 토론회’에서도 산업계의 기술 경쟁력 확보 지원 방안이 필요하며, 산업계가 뭉쳐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 계속 강조됐다.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이병철 에프알텍 상무는 먼저 “중소기업은 개발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네트워크 코어 장비를 개발하지 못해 대부분 액세스나 L2 가입자단 장비에, 이동통신 분야도 중계기나 AP(액세스포인트) 등 단말기 분야에 집중화돼 있는 상태”라고 네트워크 산업의 R&D 현주소를 설명했다.

이어 이 상무는 “최근에는 코어와 액세스단이 통합되는 등 네트워크의 융합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부 R&D 과제도 단품 중심”이라며, “향후 발전 방향에 맞는 융합된 과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용섭 SKT 소장은 “중소기업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모여서 서로 채워가며 점점 기술력을 강화시키고 사업화를 고민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작은 물고기가 모여서 큰 물고기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끼리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조성된 생태계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며 업체들 간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이순석 ETRI 인터넷연구부문 부장은 “재투자 여력이 없다거나 인력이 없다고 말하며 R&D 투자나 효율화된 방안 제시 노력보다는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냐”고 일침을 가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공생발전형 전략을 만드는 것처럼 네트워크 산업계가 모여 청사진을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혁신 제품 R&D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데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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