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재송신 분쟁·2G종료 불발…방통위 왜 이러나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어설픈 행정으로 방송·통신업계가 곤욕을 치루고 있다.

방송업계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수년째 재송신분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주일 넘게 지상파HD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등 시청자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정부가 관련 제도를 명확히 해놓은 반면, 우리 정부는 반복되는 분쟁에도 불구 여전히 법제도 정비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사업자간 분쟁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7일 늦은 오후에는 KT에 비상이 걸렸다. 8일 0시를 기점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2G 서비스 종료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이 KT 2G 가입자 915명이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한 방통위의 결정에 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방통위와 KT는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 번 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적 논란과는 별개로 KT의 2G 종료 계획은 물론, LTE 서비스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방송사간 재송신 분쟁과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시사하는 바는 다양하다. 더 이상 정부가 주먹구구식의 해결방안, 사업자의 손목비틀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명확한 행정절차가 필요함은 물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방통위가 제대로 읽어야 했다.

재송신 분쟁의 경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성방송과 지상파 분쟁으로 이미 한차례 방송중단 사태를 겪은 바 있다. 현재진행형인 지상파-케이블 분쟁 역시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업자간 자율협상이라며 뒷짐지기를 반복했다. 고위공무원들은 막연히 잘될 것으로 생각했다. “설마 방송을 중단하겠어”라는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

충분히 제도개선을 위한 시간이 있었지만 소홀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사태가 긴박하자 그때서야 영업정지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방송사간 분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시청자를 볼모로 자사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외칠 뿐 사실상 법제도 측면에서 방통위가 한 것은 없었다.

KT 2G 종료 역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결정을 하는 촌극을 보여왔다. 방통위가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만큼, 서비스 폐지 기준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행위들은 철저히 감시, 감독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출범 때부터 IT콘트롤타워 논쟁에 휩싸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조직, 행정능력이 개선되기는 커녕 매번 분쟁, 소송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법적인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면 된다. 지금 방통위는 총체적 난국으로 보여진다. 내년 대선을 기점으로 조직이 바뀔것으로 보고 대충대충 일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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