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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일 통신 반도체 합작사 설립 의미, SKT의 전략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삼성전자, 후지쯔반도체, NEC,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과 공동 출자로 통신제어 반도체를 개발·생산·판매하는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27일 발표했다.

합작사는 3.9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과 진정한 4세대 통신 기술인 LTE 어드밴스드에 대응하는 통신제어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

NTT도코모는 통신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후지쯔, NEC, 파나소닉 등은 반도체 설계를 맡는 그림이다. 삼성전자는 DS총괄 시스템LSI사업부 내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을 담당한다.

업계에선 미국 퀄컴의 의존도를 줄여 리스크에 대비하고 한일 양국이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3세대(G) 통신 기초 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관련 시장에서 현재 약 4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그 비중은 더 크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NTT도코모의 ‘이통 산업 지배력 수성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일본 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의 산업 지배력은 막강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그간 일본 내 유통되는 단말기부터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레벨까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만 애플과 구글의 주도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NTT도코모의 산업 지배력은 서서히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의 지배력이 축소되고 있는 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NTT도코모가 통신제어 반도체 합작사 설립을 주도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단말기의 핵심 부품인 통신제어 반도체를 보유함으로써 이동통신 산업의 지배력을 잃지 않겠다는 것.

예컨대 단말기 사양을 좌지우지하는 NTT도코모가 “우리 칩을 쓰지 않으면 유통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사업을 이끈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또 다른 지배력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통신제어 반도체를 위탁 생산(파운드리)해주는 단순 역할에 만족해야만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통신제어 반도체의 설계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다면 모바일AP를 핵심 사업으로 내건 삼성전자로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다.

어쩌면 NTT도코모의 이러한 행보가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SK텔레콤에게 좋은 방향타가 될 수도 있겠다. 통신과 반도체 산업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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