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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방통위…국민들 “제 점수는요”

채수웅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났습니다. 29일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2012년도 업무보고를 진행했는데요.

지난 4년간의 성과에 대해 방통위는 스마트폰 2000만시대 개막, 제4이동통신 본격화, IPTV가입자 450만 돌파, IT산업 수출신장, 미디어빅뱅 본격화, 사교육비 경감 등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나 LTE시대 개막 등을 방통위의 치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LTE의 경우 만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판을 뒤집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성공한 사례입니다. 1기 방통위는 와이브로를 중점적으로 육성했고, 통신사들은 상당기간 LTE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대중화 역시 애플 아이폰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 것 조차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늦죠.  

IPTV 가입자가 빠른 시일내에 대폭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어느 유료매체보다 압도적으로 빠릅니다. 하지만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가 커진 것은 아닙니다. IPTV 출범으로 양방향 콘텐츠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됐으면 모를까 단지 가입자 수만 놓고 성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IT산업 수출신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휴대폰, 반도체 등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지식경제부 소관입니다. 통신, 방송 시장 활성화로 인해 수출이 늘어났다고 보기는 한계가 있겠죠.

또 하나 방통위는 EBS의 방송 및 인터넷 수능강의를 통해 지난 4년간 2조2128억원의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리의 사교육비 규모는 8년간 7조2234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편성 출범을 통한 미디어 빅뱅 본격화 역시 현재 공과를 가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종편 출범으로 방송시장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내년 광고시장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지 저잣거리 싸움판으로 변질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종편과 방통위를 제외한 많은 미디어들이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다양성을 얘기하지만 종편의 콘텐츠는 대부분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통'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코리아리서치에 4년간 추진한 16개 정책에 대해 성과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10점 척도를 사용해 보통(5점)을 기준으로 매우 낮을 경우 0점, 매우 높다고 판단될 경우 10점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16개 정책에 대한 평균점수는 5.02로 나타났습니다. 5점이 보통이라고 하니 낙제점으로 볼수는 없지만 그저그런 보통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가장 점수가 높게 나온 부분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6.1점을 받았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 조기 활성화가 5.7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스마트폰 대중화와 LTE 조기 상용화가 방통위 공로로 볼 것인지는 아리송합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정책은 '가계통신비 인하'입니다. 4.2점을 받았습니다. 이는 분명히 방통위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경쟁활성화 정책, 신규사업자 선발 및 MVNO 등과 연관성이 있는데다 실제 방통위는 올해 기본료 1000원 인하를 위해 통신사들을 상당히 압박했습니다.

방통위는 몇몇 언론의 '방통위 4년 낙제점'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5점 보통 기준에 거의 근접하니 딱 보통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5점이 '보통' 기준이라고 하지만 평균 5.02점은 좀 민망하네요.

국민들은 내년에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스마트폰 시대 폭발적 데이터 수요에 대비해 '네트워크 확충(26.2%)', '방송통신의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조성(22.6%)', '안전한 인터넷 환경조성(15.1%)' 등을 꼽았습니다.  

올해 국민들이 불편을 느꼈던 부분들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미덥지가 않습니다.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파수에 대해서는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자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통신용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 700MHz 주파수는 108MHz폭 중 40MHz만 통신용으로 확정됐습니다. 방송업계가 반발하자 결정을 유보한 거죠. 그동안 방통위는 이종(통신-방송)용으로 700MHz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답니다.

해킹, 침해 등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오히려 보안사고는 해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송의 경우 공정한 경쟁을 위한 법제도적 틀 마련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종편에 대한 정책적 지원만 집중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년은 방통위에게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선, 대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출범한 만큼, 조직 근본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도 듭니다.  

외풍과 시련이 있더라도 방통위는 내년이 현재의 방통위 정체성이 이어지는 마지막해로 보고,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채수웅 기자 블로그 = 방송통신세상]

채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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