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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명무실해진 제한적 본인확인제, 혁신 방안은?

이민형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사용자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2012년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방통위는 보고를 통해“소통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개선 필요성 제기에 따라 본인확인 제도의 장단점과 인터넷 환경변화·기술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게시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는 사용자들의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이 법은 지난 2004년 공포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포함된 ‘인터넷 실명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악성댓글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7년 정보통신망법에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이름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SNS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후,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사실상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디스쿼스(Disqus), 티토크(ttalk), 라이브리(Livere)와 같은 소셜댓글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피해간 사례도 있다.

유튜브의 경우 지난 2009년 1월에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적용하라고 권고받았으나‘대한민국’으로 설정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댓글과 업로드를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바 있다.

한 IT전문 매체도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적용대상이 되자 기존 댓글서비스를 없애고 소셜댓글 서비스를 가장 먼저 탑재하기도 했다.

이렇듯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점점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악성댓글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뿐이다.

실제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통계치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큰 효과를 얻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폐지해야하는 것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비방하거나 악성댓글을 다는 것을 그나마 1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의 행정적인 편의가 아닌 질서있는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이번에 방통위가‘지금 제정돼 있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지금의 인터넷 환경과는 괴리가 있으므로 개정을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개정안을 수립하기 위한 업계, 학계, 국민들의 목소리를 보다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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