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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결정질 태양광 사업 접는다…제조 장비 매각 추진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 그룹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결정질 태양광 사업을 접기로 했다.

국내외 경쟁사와 비교해 별다른 기술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한데다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공급과잉 여파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LCD사업부로부터 결정질 태양광 사업을 이관 받은 삼성SDI는 적자 폭이 커지자 연말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는 대신 박막 태양전지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조기 양산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경기도 기흥 결정질 태양전지 생산 라인에 들여놓은 장비를 국내 태양광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R&D 라인을 제외한 2기 양산 라인에 있는 장비 일체다. 1기 라인당 연간 생산 규모는 60메가와트(MW)로 2기 라인의 총 생산 규모는 120MW다.

삼성SDI는 장비 매각 가격으로 36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매각 제안을 받은 업체는 태양전지의 공급 과잉 현상이 극심하다는 점, 중고 장비라는 이유를 들어 100억원 미만의 가격을 제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태양광 산업은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공급 과잉→가격 하락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업 포기나 투자 축소·연기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을 1608억원에 이관 받은 삼성SDI도 관련 사업의 부진으로 2011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축소됐다. 증권가에선 삼성SDI의 태양광 사업 적자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SDI가 결정질 태양광 사업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는 현 상태에선 중국 등 선두 업체들을 뛰어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박막 태양전지 R&D에 집중하고 조기 양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막 태양전지의 경우 결정질보다 원가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광 변환효율을 높이면 선두 업체들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R&D와 양산 시설 구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업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가 결정계 태양전지 장비를 경쟁사에 매각하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되는 사업은 삼성전자로 밀고 안 되는 사업은 계열사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삼성SDI가 태양광 사업을 이관 받으면서 발생한 손해만 2000억원이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그러나 “결정계 태양광 장비를 매각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용어설명

결정계 태양전지 :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으로 만든 뒤 이를 얇게 자른 웨이퍼에 전극을 그려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 평균 효율(16~19%)이 박막형(10% 내외)보다 높지만 원가 부담이 크다.

박막계 태양전지 : 실리콘 대신 유리 기판 위에 박막 형태의 태양전지를 증착시킴으로써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 원가 부담이 적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대면적 고효율 기술을 개발할 경우 결정계 대비 이점이 많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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