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KT가 던진 망중립성 화두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접속차단 조치를 시행하면서 ICT 업계에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현재 스마트TV의 트래픽 유발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KT의 이번 접속제한은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련되지도 않았고, 망의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은데다 소비자 피해를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KT의 조치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비단 스마트TV 뿐 아니라 m-VoIP, 동영상 스트리밍, MIM 등 망중립성 원칙과 결부시켜 논의가 됐어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성급한 KT의 조치에서 보듯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따른 통신업계의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는 통신업계를 옭죄고 있다. 단순히 업계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스마트TV 사태는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항변의 의미도 담겨있다.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보면 의구심은 더해진다.

통신사업자가 단순히 트래픽만 전송하는 ‘덤파이프(dumb pipe)’로 전락하는 순간, 산업 전체의 혈류는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네트워크에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는 것 역시 전체 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 등장마저 차단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때문에 이번 KT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분쟁을 계기로, 정부는 사업자간 분쟁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속히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해외에 사례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네트워크 강대국이다. 우리의 사례가 글로벌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 역시 덤파이프 사업자가 아닌 스마트 파이프 사업자로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환경변화만 탓해서는 다른 업계는 물론, 소비자가 공감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는 고도화된 덤파이프 사업자였다.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우수한 네트워크 환경을 제시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는 실패했다. 글로벌을 외치면서도 특유의 폐쇄적 환경으로 먼저 시장에 진입하고도 해외사업자들에게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

KT가 던진 화두는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숙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내 통신업계는 물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제 할일은 소비자 피해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정부·업계·학계·소비자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찾을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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