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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금융IT⑥]‘자본법 개정안’ 무산됐지만 금융권 IB투자 지속

박기록 기자

[2012 금융IT⑥]-자본시장법과 금융권의 IT대응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기자] 지난 2009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자본시장법’은 안타깝게도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그 정책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국내 발효를 앞두고,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렀고, 또한 국내 경기의 침체로 금융회가들의 적극적인 행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지난해 7월 입법예고한‘자본시장법 개정안’마저 올해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법안 내용의 미흡함때문에 결국 무산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에 혼선만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최소 자본금 3조원 이상의 대형 금융회사에게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허가하고, 또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프라임 보로커’ 업무를 허용하기로 하자 대우·우리투자·삼성증권·현대증권이 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하는 등 체질개선을 서둘렀다.

 

◆자본시장법 무산, IT투자 전략에 혼선? = 그러나 현재로선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오는 4월 총선 이후 19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문제는 대형 금융회사 위주의 선별적인 업무 허용을 골자로 하는 당초 개정안의 내용이 19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는 불투명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몇가지 항목에 있어 부분적인 수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금융시장의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상을 대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즉,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열거된 항목들은 보다 경쟁력있는 IB 육성을 위해 실행에 옮겨져야할 내용이란 것이다. 

 

또한 IB를 구현하기위한 ‘자본시장시스템’등 IT부문에서의 투자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무산과 크게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한다는 점에서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개정안으로 무산으로 금융권의 관망세가 불가피해진 만큼 올해 자본시장법 관련 IT투자는 이미 기존에 계획했던 시스템 고도화 일정을 중심으로 비교적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권, 자본시장시스템 고도화 투자는 지속 예고 =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무산됐지만 금융권은 자본시장업무 시스템의 고도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10년 12월 CMBS(자본시장통합시스템) 가동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관련 IT대응을 순차적으로 완료했으며 큰 폭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올해에도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 차원에서 고도화 일정을 잡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0년 6월부터 200억원 규모의 자본시장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했고, 신한은행은 IBMS(투자은행관리시스템)외에 신탁시스템을 추가 개발하는 선에서 자본시장업무시스템을 고도화했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산업은행이 자본시장업무시스템 구축 사업을 준비해 왔다. 이와관련 올해 2월 산업은행은 사업 규모 130억원 수준의 트레이딩 업무 고도화를 위한 백오피스(Back Office) 구축에 나섰다.

 

특히 대형 금융회사들의‘통합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합 트레이딩시스템’은 프론트, 미들, 백오피스 시스템과 상품별로 분산된 트레이딩 환경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자본시장과 관련한 핵심 IT인프라이다. 파생상품 거래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경쟁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금융권에서는 유가증권 시스템이 존재했지만 시스템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통합 트레이딩시스템’ 구현을 위한 2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자금시장본부내에 ‘통합트레이딩시스템 TFT’를 설치 운영하면서 3단계 통합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 일정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2단계 사업을 통해 우리은행은 프론트 오피스의 신용파생상품 적용, 미들오피스에는 기업리스크관리(ERM)를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신용파생상품과 스트레스 테스트 및 담보관리가 포함된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해 트레이딩 백오피스 구축을 위한 1차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백오피스 시스템 개발요건과 관련 ▲외화딜링(KITE) 및 원화딜링등 데이터 이행 ▲프론트/백오피스, EDW 및 후방시스템간 인터페이스 ▲전체시스템 통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 ▲효율적인 시스템 개발 및 운영방법 마련 등을 주요 이행과제로 선정했다.


데이터 이행은 외화딜링(KITE) 및 원화딜링(은행계정) 데이터 이행을 개발하고 인터페이스 부분은  프론트, 백 오피스, EDW 및 후방시스템 통합 인터페이스와 대외기관 등 외부시스템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법시행에 앞서 그 이전부터 차세대시스템 및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자본시장법 대응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IT투자 요인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예고했던대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돼 프라임 브로커 도입 등 기존보다 취급 업무범위가 크게 확대될 경우 자본운영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고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형사들보다 비교적 늦게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한국투자증권(2011.12 완료)의 경우 일정 부분 투자업무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차세대시스템이 전체 업무를 지원하는 큰 틀을 이루고 있지만 특정 업무영역에 대해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신규 사업에 필요한 IT지원을 반드시 뒤따라야한다는 점에서 ‘IB업무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IT투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무산과 크게 관계없이 이루져야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을 포함한 복합금융상품에 대한 자본운영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금융IT업계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에 대한 고도화 투자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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