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내 개인정보와 디지털콘텐츠는 어떻게 될까?”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하드디스크는 삭제하셨습니까?(一寸 待てハードディスクは消したのか?)”
위 사진은 일본 혼슈(本州) 후쿠이(福井)현 사카이(坂井)시에 위치한 주상절리 절벽에 세워진 팻말입니다. 이곳은 관광명소이면서 동시에 자살명소이기도 한데요, 이 팻말이 세워진 이후 여기서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자살률이 줄어든 이유로 많은 이들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남겨둔 ‘특정 데이터’가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미니홈피,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 상의 데이터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죽으면 내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을 해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아마 이러한 고민을 하신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10~30대이고, 이들은 모두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죽는다’ 혹은 ‘나는 곧 죽을 것이다’라는 것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연예인들의 사망사고 등으로 그들이 남긴 디지털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디지털유산’이라는 점과 ‘개인정보보호’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보겠습니다.
제24조의2(개인정보의 제공 동의 등) =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제 3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개인정보의 취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할 수 없다.
이는 ‘김철수’라는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김철수씨의 직계가족이 김철수씨의 디지털콘텐츠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개인정보(아이디/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법률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업체들은 본인, 즉 사망자의 의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법률이 지정하는대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아마추어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창작물을 꾸준히 게시해왔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했습니다. 그 아마추어 작가는 언젠가 이 창작물을 종이책으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마추어 작가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블로그에 담긴 콘텐츠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정말 사자(死者)가 생전 자신의 모든 기록들을 공개하지 않고 삭제되기를 바랄까요? 사실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는 현행법상 ‘사자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정보통신망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라는 측면이 사자에게도 적용된 것이죠.
다만 ‘사자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포털사업자(정보통신사업자)들은 ‘사자의 디지털콘텐츠’를 이렇게 처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어떠한 일(유산상속자, 대리인 등)이 있어도 사자의 개인정보, 콘텐츠를 전달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사자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제3자가 관리될 경우에는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직계가족이 해당 콘텐츠의 ‘삭제’를 원할 경우 이는 들어준다고 합니다.
NHN도 사자의 아이디 이용권한 및 비밀번호 제공은 원천적으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방통위를 통해 사망한 자녀의 아이디와 비번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공이 불가한 이유는 NHN이 네이버 아이디 사용 권리를 양도나 상속 불가능한 일신 전속적인 이용권한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사망자 블로그 등 계정 서비스의 게시물 백업을 요청한 경우, 기본적으로는 제공이 불가하지만 공개 서비스인 경우에는 편의를 위해 백업 데이터를 제공한 후, 요청 시 해당 계정을 삭제처리하고 있습니다.
단, NHN이 제공하는 디지털유산은 웹상에 일반공개가 된 콘텐츠나, 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부분만 해당됩니다. 이른바, 미투데이나 블로그 공개 게시물이 이에 해당되겠군요.
이같은 사례는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이와 유사한 민원이 많이 발생했지만 사자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소송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법원 모 부장판사는 “잊혀질권리, 사자의 디지털유산과 관련된 민원과 소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법조계가 언급하기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전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사자의 디지털유산, 하루빨리 관련법안이 제정돼 혼란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민형 기자 블로그=인터넷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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