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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장애와 테크놀로지의 중요성

심재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토요일(28일) 카카오톡 서비스에 장애가 일어났습니다. 국내외에서 500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서비스가 4시간이나 중단된 것입니다. 카카오톡을 가끔 사용하는 중장년층에는 이번 사건이 별 일 아니겠지만, 카카오톡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10대 청소년은 굉장한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이번 장애는 분전반 차단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가 입주한 데이터센터(가산동 LG CNS 데이터센터) 층에 28일 분전반이 차단됐고, 29일 새벽에 분전반 교체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된 분전반에 대해서 이번 주에 정밀 원인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조사결과에 따라 카카오톡과 데이터센터 측의 책임공방이 오갈 듯 보입니다.

문제는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카오톡 서비스 초기부터 서비스 중단이나 지연, 긴급점검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올해에도 매달 벌어지는 정례 이벤트로 자리잡았습니다.


과연 카카오톡 서비스 품질 이래도 되는 걸까요?

혹자들은 카카오톡이 금융시스템과 같은 미션크리티컬한 시스템도 아니고,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시적 장애는 용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카카오톡이 중단된다고 사회에 큰 파장이 이는 것도 아니고, 크게 손해를 볼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자메시지와 같은 대체 서비스도 있고, 어차피 공짜로 쓰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눈높이도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서비스 품질에 소홀했던 인터넷 회사들이 망가져간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네띠앙이나 아이러브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IT관리를 잘 못해서 느려터진 속도에 사용자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다른 서비스로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익모델이 신통치 않아서 IT투자가 어려웠고,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졌으며, 결국 사용자들의 이탈로 이어진 것입니다.

MSN 메신저도 상기할 만한 사례입니다. MSN 메신저는 독보적인 국민 메신저였습니다.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서비스 자체의 품질보다 사용자수에 따라 서비스 가치가 커지는 현상)로 인해 한 때는 무적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의 카카오톡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철옹성처럼 보였던 MSN의 네트워크 효과도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한/영 전환 오류, 잦은 접속 불능으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쌓인데다, 네이트온이 무료SMS라는 강력한 무기를 선보이면서 MSN은 순식간에 2등 서비스로 밀려났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는 1위의 지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수백, 수천억원이 거래되는 미션크리티컬한 시스템은 아닐지라도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검색이나 SNS와 같은 핵심 비즈니스가 아닌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플랫폼 소프트웨어와 같은 IT인프라스트럭처를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닷컴의 차이를 테크놀로지 기업과 미디어 기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데 많은 투자를 진행한 반면, 마이스페이스닷컴은 콘텐츠를 소유하고 유통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의 SNS 기업이 됐고, 마이스페이스는 잊혀진 서비스가 됐습니다.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배경도 역시 테크놀로지에 있습니다. IT는 외부 기술에 의존한 채 상거래에만 집중했다면 현재의 아마존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와 같은 잦은 서비스 장애는 테크놀로지 문제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물론 서비스가 워낙 빠르게 성장해서 IT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틱톡이나 라인이 이런 카카오톡의 헛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느린 메시지 전송, 잦은 서비스 장애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네트워크 효과가 카카오톡을 지켜주고 있지만, MSN이 무너졌던 사례를 보면 언제까지나 그 효과를 믿을 수는 없습니다.

[심재석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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