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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와 같은 길 걷는 LGU+ LTE 1주년…하지만 미래는?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LTE(Long Term Evolution) 평준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반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의 한계를 딛고 시장을 리드했지만 더 이상의 선발사업자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두배 빠른 속도”, “유일한 LTE 전국 사업자”


그동안 LG유플러스가 자랑해온 경쟁력이었다. 리비전A라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스마트폰 시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유플러스는 오랜 기간 속으로 칼을 갈았다. LG유플러스의 비장의 무기는 LTE였다.


LTE가 LG유플러스만의 전유물도 아니었고, SKT, KT 역시 3G 이후의 이동통신 기술로 LTE를 확정짓고 있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한 발이 아닌 두발 앞서 나갔다.


2011년 7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동시에 LTE 모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갈아왔던 칼을 내보였다. 그것은 SK텔레콤보다 훨씬 앞선 전국망 구축이었다. SKT가 서울 및 수도권에 머물렀을때 84개시에 망을 구축했고, SKT가 따라오자 읍면 단위의 전국망 구축을 완성했다.


이에 대해 권혁상 SK텔레콤 네트워크 부문장은 "사실 LG유플러스가 그렇게 까지 치고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물론, 가입자 면에서 기반 자체가 다른 SKT를 앞설 수는 없었지만 KT가 2G 종료로 버벅거리고 있을때 LG유플러스는 LTE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꿰찰수 있었다.


만년 꼴등 LG유플러스의 도약…그러나=그동안 LTE 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최근 SKT와 KT 역시 전국망 구축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 원래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3G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 빠른 LTE 투자가 달가울리 없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엄밀히 말하면 SKT와 KT 방식의 3G가 아니었기 때문에 LTE 올인이 가능했다. 다른 기술방식으로 스마트폰 수급 및 인터넷 속도 등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LG유플러스의 LTE 올인 전략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과거 3G 때와 마찬가지로 어김 없이 1위 사업자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3G 초창기 시절에는 KT(옛 KTF)가 지금의 LG유플러스처럼 시장과 경쟁을 주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SKT가 주도권을 차지했다. LTE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SKT는 이달 말 읍면 단위 LTE 전국망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에는 멀티캐리어(MC) 상용화, 9~10월 중에는 VoLTE 서비스를 시작한다. 더 이상 LG유플러스와의 서비스 및 기술도입 격차는 찾을 수 없게 됐다. 가입자 유치 목표도 계속해서 상향조정하고 있다. 500만에서 600만으로 다시 700만으로 조정했다. 그만큼 LTE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3위 사업자로 밀려버린 KT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전국망 구축, VoLTE 도입 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유선과 미디어 등에서의 막강한 경쟁력을 감안하면 가입자 규모에서 LG유플러스를 제치는 것 역시 시간문제로 보여진다.


◆LTE 1위 사업자?…동일 경쟁환경 조성 만으로도 큰 성과=그렇다면 현 상황은 LG유플러스에게 위기일까? 사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기반에서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한 때 SKT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가입자 기반과 재무적 역량 등을 감안할 때 가입자 1위 달성은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성과는 과거 3G에서 KT(옛 KTF)가 거둔 성과와 비슷할 수 있다. 수년전 KT가 지금의 LG유플러스처럼 무모할만큼 3G에 올인하면서(KTF는 2008년 2분기 과다 마케팅비용 때문에 9년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쟁 트렌드를 2G에서 3G로 전환시켰다. 황금주파수 800MHz를 독식하고 있던 SKT와 경쟁하려면 경쟁환경을 바꿔야 한다는게 당시 KTF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을 LG유플러스가 LTE를 통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KT도 3G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없었지만 동일선상(주파수)에서 경쟁하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꼽았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LTE 1등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규모 1등은 아니다. 1등 경쟁력을 의미한다. 경쟁의 판을 확실히 바꾸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최대 성과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단말기 수급 상황이 개선됐고, 네트워크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해 제주도에서 기자에게 "가입자 규모 1등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측면에서 1등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판을 뒤엎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LG유플러스가 경쟁지형을 바꾸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속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LG유플러스가 자랑으로 내세웠던 경쟁력들을 턱밑까지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9일 LTE 1주년을 맞이해 이상철 부회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또 한번 비장의 무기를 보여줄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경쟁 트렌드를 바꾼 것은 성과지만 결과적으로 점유율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적어보인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도전 역시 절반의 성공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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