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국으로?…KAIST 이사회 퇴진절차 돌입에 서총장측 “법적대응 불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AIST 이사회가 오는 25일, 제219회 정기이사회를 소집해 서총장 퇴진절차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KAIST에 따르면, 이번 이사회에서는 제15대 총장 선임안, 총장사임서 처리안, 계약해지안 상정, 총장후보선임위원회 위원 선출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며, 관련 안건은 15명의 이사들에게도 비공개리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서남표 총장은 서울 종로 서머셋 팰리스호텔에게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명 이사장이 약속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내년 3월 자진 사퇴, 오명 KAIST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총장측은 지난 7월 이사회 개최 직전 오명 이사장과 합의한 7개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서총장의 기자회견이후 KAIST 교수협 등에서 ‘지금 사퇴하라’고 압박에 나서자 서총장측은 이날 오명 이사장측과 합의했었던 7개 합의안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7개 합의사항을 오명 이사장측이 전혀 이행하지않은 상황에서 서총장의 사임만을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자회견에서 약속한대로 내년 3월에 자진 사퇴하겠다는 게 서총장측의 입장이다.
◆“7개 합의안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3개월후 사퇴' 부분만 강조” = 서총장측은 “지난 7월 서총장이 7개항에 합의하면서 오명 이사장에게 약속한 ‘3개월내 퇴임’은 합의사항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후 오명 이사장측이 이사회에 합의사항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서총장의 자진 사퇴 부분만 공개함으로써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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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서총장측이 공개한 7개 합의안을 보면, 서총장과 오명 이사장 양자간의 신뢰에 의해서만 실현이 가능한 사안들로 나열돼있다.
7개 합의안은 ▲총장의 지난 6년간 총장의 업적을 계승발전 ▲교수들의 특허명의 도용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에 함께 적극 협조함 ▲학교 내에서 흑색선전과 비방 등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함 ▲이사장과 총장이 힘을 합하여 KAIST의 선진적인 전통과 문화를 정립하고 교수사회의 무사안일 개혁 ▲함께 협력해 후임총장을 인선하기로 하되 총장의 퇴임건은 총장의 자율에 맡기기로 함 ▲이사장은 총장의 명예로운 퇴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함 ▲총장은 향후 3개월 후에 사임을 하기로 하되 총장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한다 등이다.
◆서총장측 “이사회 사퇴안건 강행시 법적대응 불사”= 한편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총장 사임안을 처리하게 될 경우, 서총장측은 이사회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KAIST 사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특히 서총장은 자신이 퇴진을 약속한 내년 3월 이후에도 총장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서도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25일 이사회에서 총장 사임서 처리가 강행할 경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임서 처리의 정당성이다.
즉, 오명 이사장과 서총장간의 합의된 7개 합의사항 이행여부에 상관없이 합의서와는 별개의 의사표시로 해석해 총장의 사임서만을 수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또 법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MB정부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KAIST 총장의 퇴임과 인선을 강행처리 할 경우 그 정치적 배경을 놓고 소모적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총장 사임서 수리가 아닌 계약해지(해임)안을 가결할 경우에도 KAIST 이사회의 결정을 놓고 논란의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경우 KAIST 이사회가‘서총장 계약해지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입증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총장의 취임이후 오히려 KAIST의 세계 랭킹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계약해지의 명분으로 무엇을 꺼내들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함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잔여임기에 대한 적지않은 금액의 금전적 보상을 해야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계약해지안을 이사회에서 처리한다해도 규정상 3개월 후인 내년 1월 25일까지 서 총장이 재임하게 된다.
따라서 앞서 17일 기자회견에서 서총장이 내년 3월에 스스로 물러난다고 밝혔기 때문에 굳이 사퇴시기를 1개월을 앞당기기위해 무리하게 이사회가 계약해지안을 강행시키는 것이 실익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25일 이사회에서는 총장후보선임위원회 위원 선출 정도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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