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5년 평가-②] 대통령 멘토 위원장…정치과잉·전문성부재 초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5년 평가에서 위원장의 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경우 2기 위원장에 취임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조직개편을 앞둔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초대 위원장과 2기 위원장 역임을 하다 불명예 퇴진한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합의제 상임위원회였지만 사실상 제왕적 위원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과 정책을 집행, 방통위의 ‘정치과잉’ 평가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갤럽 등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잘 알려져있다.
5인의 방통위원은 여당 몫 3인, 야당 몫 2인으로 구성돼있다. 1기 이병기 상임위원의 사퇴로 1기 위원회 후반 합류한 양문석 현 상임위원은 합류 이후 본인이 겪은 방통위 조직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의 신정정치”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최시중 전 위원장은 올해 초 사퇴하기 전까지 방통위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에게는 '방통대군'이라는 수식어가 자리했다. 그만큼 최 전 위원장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정치적 측면에서 거대한 권력을 쥐고는 있었지만 그러한 힘을 ICT 정책에는 발휘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와 방송 분야의 전문가였을지 모르지만 ICT 분야는 최 전 위원장이 의욕만 갖고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의 재임 당시 우리의 ICT 국제 경쟁력 지수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와도 방통위는 "그렇지 않다"며 다른 지수를 들이대곤 했다.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은 물론, 대다수 상임위원들이 ICT 비전문가였다는 점이다. 방송과 통신의 시장 크기를 단순히 수치화하더라도 현재 상임위원의 산업적 배분은 상당히 정치 편향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실장 등 사무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합의를 통하 정책결정 구조상 실국과장들의 권한과 책임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이 떠난 지금은 당시의 평가를 인정하며 새로운 ICT 정부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제왕의 심기를 건드리는 신하는 없었다. 그가 떠난 후 비로소 현재의 문제점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머지 2인의 여당측 추천 상임위원들도 최시중 전 위원장의 뜻에 본인들의 철학을 정확하게 일치시켰다.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던 상임위원회가 최 전 위원장의 일방독주로 흐를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야당 측 상임위원들의 회의에서의 퇴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최 전 위원장이 기자들이나 외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캄보디아 여행기이다. 가난에 찌든 캄보디아를 보면서 우리에게 뛰어난 경제 전문 대통령이 필요하고 그 주인공이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이다.
대통령과의 이 같은 관계 때문에 최시중 전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의 역할 또한 분명했다. 다음 번에 종합편성 정책에 대한 분석을 하겠지만 최 전 위원장은 종편 출범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망중립성 제도개선,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방통위 대표적인 만만디 정책과 달리 종편 정책의 추진은 일사분란했다.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 날은 2011년 12월 31일이다.
이날은 토요일이었지만 정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전체회의가 강행됐다. 종편 논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의 반대와 시장에서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최시중 위원장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 신문에 무더기 사업권을 하사했다. 물론 지금의 방통위는 절대평가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준을 통과한 언론에 사업권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년간 시행착오을 겪었다고 현재의 방통위 조직을 다시 바꾸기 보다는 그간의 실패를 향후 방통위 5년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논쟁거리를 늘 갖고 있는 방송을 다루는 방통위 특성을 감안할 때 지난 5년간 상임위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 전 위원장 만큼의 제왕적 권력을 가진 위원장이 다시 오기는 지 않겠지만 정권을 장악한 곳은 방통위를 방송의 통제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최 전위원장이 지난 4년간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너무 안 좋은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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