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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업계·학계·시민단체, 방통위 5년 아쉬움 수두룩

채수웅 기자
- 방송집중·생태계 구축·법제도 정비 미흡…분산기능 통합 지적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종편의 위반사례가 너무 많아 손대기 힘든 지경이다.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인터넷 역기능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규제한 것 아닌가?"

"ICT 주요 기능이 4개 부처로 분산돼 어려웠다. 이제는 기능을 합쳐 산업 진흥에 주력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 5년에 대한 자체 평가와 외부 평가가 동시에 이뤄졌다. 방송통신 융합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분산된 정책기능으로 효율성이 떨어졌고, 방송에 집중하는 행태 때문에 진흥기능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제3차 '방송통신 정책고객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실질적으로 현 방통위 조직체제로는 마지막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는 지난 5년간에 대해 ▲IPTV 600만 돌파 ▲콘텐츠 인프라 확충 ▲방송접근성 강화 ▲디지털전환 ▲방송 공적역할 강화 ▲이동통신 경쟁환경 조성 ▲이용자 보호 기반 구축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ICT 주요 기능의 4개 부처 분산을 비롯해 신규 융합서비스 활성화 미흡, 새로운 규범정립 지연 등은 반성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스마트 시대 종합적·체계적인 미디어 발전 전략의 부재, 지상파 재송신 갈등, 보조금 경쟁 과열, 가계통신비 수준에 대한 국민 체감 미흡, 소모적 시장경쟁 지속 등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꼽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민단체, ICT 업계, 학계 종사자들은 융합과 관련한 일부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인 진흥, 규제, 법규정 등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유해영 단국대 교수는 "지난 5년간 콘텐츠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뿌리와 줄기, 열매를 연결시킬 수 있는 생태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측면에서 방송에 너무 집중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신종원 YMCA 본부장은 "초기 방통위가 종편에 너무 힘을 쏟았다"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은 "방송생태계가 시청률 0.5%인 종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위반사례가 많아 손대기 힘든 지경"이라며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방송과 통신이 합쳐지다 보니 초기 무게 중심이 너무 방송에 쏠렸다"며 "같은 자식인데 큰형(방송)만 새옷 사주고 우리는 헌옷 입는 느낌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는 지나친 인터넷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인터넷 역기능 규제에서 산업진흥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효과는 적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제기됐던 불만은 분산된 정책기능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박주만 대표는 "청소년 보호법, 모바일 결제, 게임 셧다운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인터넷과 ICT를 총괄하는 부처가 탄생해 산업을 좀더 진흥하는 입장을 대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동 광고협회장도 "광고 유형이 다변화되면서 방송·모바일·인터넷은 방통위가 인쇄는 문화부, 옥외는 행안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일사분란하게 업무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광고 분야도 통합된 조직에서 규격을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실제 일을 하다보면 기능이 흩어져 있다보니 지경부, 행안부도 가야하는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헌 NHN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방송통신 못지 않다"며 "선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는 "콘텐츠나 플랫폼 경계가 모호해지고 융합으로 가는 현상을 감안하면 차기정부는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 관리형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창조경제 중심에 ICT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창조경제에서 키워드는 ICT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역동적으로 융합정책을 만들어 정책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호익 IT통일포럼회장도 ICT 밸류체인을 강조했다.

석 회장은 "ICT 밸류체인을 총괄적으로 다루려면 인수위에서 15일내에 새 대통령에게 차기정부 주요 과제로 알려야 한다
"며 "방통위가 전문가를 동원해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석 회장은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에 대해 "잘못된 가계통신비 인식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활용측면, 서비스 범위 등을 국민에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에서 법률자문관을 역임했던 오택림 세종 변호사는 법체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 경계가 모호하고 기준 정립이 애매하다"며 "방통위 자체는 물론, 타 부처와의 법률 중복, 상충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ICT를 다루는 곳이어서 방통위 인트라넷이 잘 구축돼있을 줄 알았는데 실망했었다"며 "참여 개방형 인트라넷을 구축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ICT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이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분야"라며 "방통위는 향후 중장기 정책방향을 수립 글로벌 ICT 시장에서 스마트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해 나갈 것"라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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