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T마이크로, ST에릭슨 AP 사업에서 손 뗀다

이수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마이크로)와 에릭슨의 합작회사인 ST에릭슨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이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ST마이크로가 ST에릭슨과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각) ST마이크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새로운 전략 계획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오는 2013년 3분기까지 ST에릭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AP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발표했다. AP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쓰이는 두뇌 역할을 담당하며 스마트 기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칩이다.

ST마이크로 카를로 보조티 최고경영자(CEO)는 “ST마이크로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춰 조정에 들어가며 전환기간이 지나면 ST에릭슨과의 관계를 끝낼 것”이라며 “공급 체인 파트너, 프로세스 기술 파트너,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 반도체 설계자산(IP) 제공 업체로 ST에릭슨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ST마이크로가 ST에릭슨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ST에릭슨은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올해 초 1700여명을 감원했으며 ST마이크로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5억 달러 적자를 기록, 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앞으로 ST마이크로는 내년 3분기까지 ST에릭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주식도 처분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센서, 스마트 전력, 오토모티브,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디지털 컨슈머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ST마이크로가 ST에릭슨에서 손을 떼면 AP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P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퀄컴이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스마트 기기 AP 사업보다는 임베디드(내장형 제어)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벨 등이 있으나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미디어텍이 저가형 AP를 무기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퀄컴이 38.8%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25.9%), 미디어텍(9.7%), 브로드컴(8.1%), TI(7.5%)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ST에릭슨의 또 다른 지주회사인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에릭슨은 자사의 통신 기술을 펼치기에 ST에릭슨이 전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브로드밴드(통신칩)의 성공적인 시장 도입을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이 필수적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ST에릭슨이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32‧28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 협력을 진행중이지만 에릭슨과는 소송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에릭슨은 11월 30일 미국 법원과 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이 자사의 통신 기술과 관련된 특허권을 침해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수입 금지를 요청한바 있다.

ST에릭슨에서 ST마이크로가 손을 떼면 에릭슨이 실질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만한 파트너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에릭슨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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