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전담 부처 부활…쉽지않은 과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요즘 나오는 뉴스는 대부분 박근혜 당선인의 동정과 인수위의 행보에 맞춰져 있다. 새정부가 공식 출범하기전이지만 인수위에서부터 어느정도 미래 권력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IT업계도 인수위 구성을 주목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IT산업 전망을 하려면 당장은 인수위의 구성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IT업계의 관심사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IT분야의 전담 부서의 부활이 가능할 것인지, 기존 MB정부와 차별화될 IT정책 비전은 어떻게 제시될 것인지, 나아가 박근혜식 경제민주화가 기존 IT시장 질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국내 IT분야의 대단한 명망가가 인수위에 참여한다고해서 IT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성급한 결론이다.
인수위는 말그대로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실무조직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난 1차 인선때 불거진 인사 후폭풍때문에 인수위원장도 “새정부가 출범하면 인수위원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혀 인수위에서부터 IT산업 청사진을 그려낼 거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는 주말께 인수위 후속 인사가 발표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인수위 후속 인선과는 별개로, 현재 우려되는 것은 IT업계및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정통부 부활론, 즉 IT전담 부처의 부활론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IT업계 일각의‘정통부의 부활’목소리는 마치 IT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한 ‘이익단체의 부활’쯤으로 스스로를 격하시켜 놓은 듯한 모습이다.
소수 특정 직업군을 대변하기위한 직능단체라면 모를까 이미 우리 경제의 주력으로 성장한 거대 IT산업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담론을 받아내기에는 이같은 요구가 어딘지 모르게 왜소해 보인다.
5년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 나라 IT산업에는 많이 변화가 있었다. 당장 타 산업과의 융합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산업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야하는 상황에서 특정 영역을 지키는 수준에서의 IT전담 부처의 부할 논의라면 곤란하다. 최소한 미래 지향적, 범 산업적으로 관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한편으론 IT전담 부처의 부활이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수든 진보든 정파를 떠나서 최근의 추세는 기본적으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IT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는하지만 관련 부처를 덮석 덮석 늘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분명히 약속했기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1~2개를 추가로 늘리는 것은 쉽지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처의 신설은 최소한의 선에서 그치거나 오히려 기존 부처를 통합시키는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IT업계에서 해볼 수 있는 현실직인 고민은 박근혜 당선인이 신설을 약속한 '미래창조과학부'를 과연 '정통부의 부활'로 볼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미래창조’에 IT와 융합의 의미가 담겨있고, '과학'에는 기존 과학기술계를 포괄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상형문자 해독하듯이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해석대로라면 미래창조과학부는 IT와 과학관련 부처 기능을 통폐합한 공룡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우려도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 시점에서 IT업계가 정말로 고민해야 할 몇가지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아니면 이와 별개로 IT관련 부처가 생기든 정부 기관은 그 속성상 강력한 '규제 기관'의 역할을 할 가능성을 높다는 점이다. MB 정부에서의 방통위가 좋은 사례다.
산업을 육성하고 촉진하기위해 정부 부처를 신설하지만 결국은 시장에 사사건건 간섭해 자율적 발전을 저해하는 구태가 재연될 위험성도 얼마든지 있다.
시간을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정통부는 사실 디지털시대, 지식경제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통부는)가만히 있는게 차라리 도와주는 것"이라는 업계의 비아냥을 받기도 했었다. 정통부 부활론이 나오는 것은 당시의 추억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MB정부의 IT홀대론에 대한 상징적인 반발이다.
누구에 의하면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고, 또 누구에 의하면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이다.
전진하는 것과 되풀이되는 것의 구분은 과거의 교훈으로 현재의 모순을 깰 수 있는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IT전담 부처의 부활을 얘기할 때, 과거의 구태와는 결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적 대안, IT업계 현장의 진솔한 얘기를 담아낼 수 있는 절실함이 있어야 IT전담 부처의 부활론은 IT업계의 범주를 떠나 범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인수위는 아직 공식 출범하지도 않았고, 새정부가 출범하기전까지 50여일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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