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16개 인터넷 관련단체, 개인정보보호 등 인터넷 정책 통합 촉구

이유지 기자
- 미래부와 방통위로 인터넷·네트워크·정보보호·정보윤리 정책 분산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관련 학회 등 16개 협단체가 인터넷 정책 통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7일 그동안 통합적으로 추진돼온 인터넷 정책업무 산업정책은 미래부로, 인터넷 개인정보보호는 규제기관인 방통위로 분산되는 상황을 염려하며 인터넷 정책 통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3일 여야가 작성한 정부조직개편 잠정 합의문에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국에서 담당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윤리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트워크 정보보호와 인터넷정책, 지능통신망 등만 미래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합의문이 알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 가운데 인터넷·네트워크·정보보호 분야에서 개인정보보호·정보윤리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들 단체는 미래 창조경제의 핵심인 빅데이터·클라우드·위치기반 서비스 등 인터넷 신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윤리 업무가 산업정책과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중복, 부처 간 갈등뿐만 아니라 신속한 대응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정치적 상황에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창조경제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윤리를 포함해 인터넷 정책수행은 전담부처의 책임 아래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게 운영 될 수 있도록 통합 이관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서는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한국인터넷법학회, 한국인터넷윤리학회,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한국통신학회, 개인정보보호협회, 한국RFID/USN융합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진흥협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한국해킹보안협회,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빅데이터포럼, 한국CPO포럼, LBS산업협의회 등 인터넷관련 16개 학회 및 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 인터넷 정책의 통합을 촉구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인터넷 정책이 쪼개질 위기에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는 한 목소리로 ICT 정책의 분산으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우려하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정보 및 정보윤리 기능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이 개편되려는 모습을 보면서 정보보호와 인터넷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인터넷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첫째, 오늘날 인터넷 서비스는 개인정보와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아마존은 어떤 책을 구매했는지를 보고 소비자에게 책을 추천하며, 구글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가까운 상점의 광고를 제공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빅데이터, 위치기반서비스, SNS 등이 성장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개인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

규제와 진흥을 함께 그리고 조화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인터넷 산업 정책은 미래부로, 인터넷 개인정보보호는 규제기관인 방통위로 분산될 상황에 있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 위주로 개인정보 정책이 추진된다면 젊은이들의 참신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는 규제의 함정에 빠지고 조직 분산의 비효율성은 창조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둘째,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지난 5년간 인터넷에서 발생한 SK컴즈, 넥슨, KT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고도의 기술로 무장한 해킹,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날로 진화하는 해킹과 바이러스에 기반한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조치를 적기에 마련해야 하며, 인터넷 서비스,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후적인 조사와 처벌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해킹과 바이러스에 관한 정책은 미래부가,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방통위가 맡게 된다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부처 간의 다툼과 갈등이 불가피하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셋째, 정보윤리와 정보문화는 같은 개념이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 건전 댓글 운동, 스팸 방지 등 기존의 사이버 윤리 활동은 방통위가, 건전정보 문화확산, 범국민 정보윤리 교육 등 행안부에서 이관되는 정보문화 및 정보격차 해소 기능은 미래부가 맡는다는 것을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창조경제의 주력인 인터넷에 있어, 정부 정책의 방향은 누구나 빠른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업들은 그 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국민들은 해킹, 개인정보 침해, 불건전 정보의 걱정 없이 안전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근 20년간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이어져 왔던 통합적인 인터넷 정책을 유지하고 이를 오히려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규제와 진흥의 단순 논리로 개인정보보호가 인터넷 정책에서 분리되고, 사고의 원인인 해킹과 그 결과인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대응이 분리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한다.

정치권이 우리나라 인터넷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를 바라며, 우리가 기대하고 지지했던 ‘창조경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

2013. 3. 7
16개 인터넷 관련 학회·단체 일동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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