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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가 필요한 ATM업계…‘화폐개혁’ 시나리오가 도움될까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화폐개혁’ 얘기가 나오면서 국내 금융자동화기 관련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화폐개혁이 되면 금융자동화기 업계가 당장 특수를 입게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금융자동화기(ATM)업체인 청호컴넷은 지난 13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물론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화폐개혁’에 대해 어떤한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화폐개혁이 가지는 메가톤급 충격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월 대선 후보 당시 공약했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시나리오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만약 화폐개혁이 현실화됐을 경우, 과연 금융자동화기 업계는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화폐개혁에 따른 여타의 후폭풍을 제외하고 금융자동화기 업계의 특수 가능성만 놓고 따져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화폐계혁', ATM업계 특수일까? = 화폐개혁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신권과 구권을 교체하는 신권발행만으로도 사실은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일본은 경기침체 국면을 돌파하기위해 5000엔 신권을 유통시켰다. 이로인해 오키, 후지쯔 등 일본 ATM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특수의 유효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결국 2000년대 중반, 일본의 ATM업계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했고 4개였던 ATM 생산업체는 3개로 줄었다.

 

한편 지난 2006년 국내에서도 5000원과 1만원권이 새롭게 디자인된 신권으로 교체됐다. 크기가기존보다 더 작아졌고, 위폐를 막기위해 더 정교한 보안장치가 삽입됐다. 물론 이로인해 국내에서도 ATM 특수가 일었다. 하지만 역시 ATM 특수의 크기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 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2005년부터 신권 발행이 예고되면서 ATM의 주 구매자인 은행들이 ATM 도입을 최소화하거나 유보시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수요의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 이듬해 특수가 생기긴해지만 전년도의 부진을 감안하면 사실상 특수로 보기 힘들었다.

 

결국 지난 2011년,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ATM 시장에선 오랫동안 4개사 구도에서 3개사 구도로 구조조정됐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결국 경기침체로 인해 시장에 돈이 돌지않는 상황에선 이같은 신권 특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경험을 얻었다.

 

◆시장활성화되면 ATM 특수? “글쎄” = 그렇다면 화폐개혁으로 인해 실물경제가 살아나고 화폐의 유통속도, 즉 시장에서 돈이 잘 돌아가면 ATM에 대한 수요는 지금보다 늘어나게 될까. 


이에 대해 은행 자동화기기 구매 담당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ATM 사용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현상유지는 하겠지만 ‘특수’로 불릴 정도의 추가 구매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3년전인 지난 2010년말 CD/ATM을 통한 금융거래는 41.9%에 달했다. 하지만 2012년말 39.8%로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인터넷뱅킹은 26.6%에서 33.9%로 확대됐다.

특히 스마트폰뱅킹의 경우, 지난 2011년말에 비해 주 이용자층인 20~30대의 비중은 낮아지고(75.2%→65.7%) 여타 연령대의 비중은 증가함으로써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서비스가 점차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비대면채널로써 기능해왔던 ATM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 ‘ATM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점 = 올해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줄면서 신용카드대신 체크카드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같으면 신용카드 이외의 결제는 현금 사용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제는 체크카드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카드승인실적은 43조1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평균 6.3% 증가했으나 전월대비 4조5000억원(9.4%) 줄었다. 반면 체크카드의 전년 동월대비 승인실적과 결제건수 증가율은 각각 8%와 36.6%를 기록했다. 여기에 향후 '모바일 체크카드'까지 활성화될 경우, 현금 사용자의 수는 더 하락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현금이란 실물화폐에 집착하는 모델만으로는 기존 ATM업계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제공되지 않았던 ATM의 기능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면에서 국내 시중은행의 스마트 브랜치에 제공되고 있는 ‘스마트 ATM’은 큰 의미를 가진다.

 

한편 올해 금융권에서는 4월11일부터 발효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영향으로 장애인용 ATM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이상 설치해야한다. 은행별로 10%~30%의 비율로 장애인용 ATM을 설치할 계획이다.

 

결국 이처럼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ATM의 모듈화와 생산원가의 혁신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ATM업체들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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