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록 칼럼

[취재수첩] IT업계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 ‘컨트리 리스크’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지만 보름전까지만해도 연일 전쟁이라도 날 것 처럼 일부 방송과 CNN 등 외신 매체들은 ‘한반도 위기’라는 특보 타이틀을 걸어놓고 연일 반복해서 화면을 내보냈다.


언제나 그랬듯 해외에선 국내로 안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밖에서와는 달리 역시 과거처럼 국내에선 비교적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으며 주가도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학습효과때문이겠지만 하나의 사안에 대해 내부와 외부의 큰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미국의 한 유력 매체는 ‘한국인들은 북한 미사일보다 LA다저스 류현진의 등판 경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IT업계가 느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일반인들이 그것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북한 리스크’는 우리의 시각 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제 3자의 시각도 동시에 매우 중요하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적지않은 투자를 계획했던 한 미국계 IT서비스 회사는 최근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이유로 이를 전면적으로 보류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국내 지사장 선임과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하는 일정도 연기됐다.


이 회사의 본사는 미국이지만 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은 홍콩에 있는 아태지역 본부에서 결정한다.


북한을 한 때 '악의 축'의 규정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해 민감한 미국인들의 입장이라면 북한 리스크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이해하겠지만 비교적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회사의 국내 지사설립을 준비해왔던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업체들은 북한 리스크를 보는 시각이 비교적 한국인들의 수준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한국을 경험해보지 않는 IT업체들은 그렇지 않다. 어쨌든 다시 조용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해외 SI(시스템통합)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들도 불쑥 불쑥 불거지는 북한 리스크가 달가울리 없다. 우리 IT서비스업체들이 대규모의 해외 IT사업을 수주하려면 입찰에 참여한 IT서비스업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넓게는 국가 신용도까지도 동시에 고려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컨트리 리스크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IT업계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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